우려했던 대로…거대 여당 '일방 독주'로 끝난 지방의회
서울시 의회 예결위 33명 중 30명이 민주당
市가 제출한 예산안 35조 중 427억만 감액
타당성 검토 없고 선심성 예산 그대로 반영
민주당 '쏠림 현상' 더 심한 경기도의회
이재명표 '3대 무상복지' 예산 모두 통과
[ 이해성/임락근 기자 ]
35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서울시 예산이 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서울시의회 계수조정위원회에서 ‘밀실 논의’를 거쳐 14일 확정됐다. 내년 469조여원의 정부예산 국회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깜깜이’ ‘야합’ 등의 논란이 서울시의회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서울시가 지난달 제출한 35조7843억원 규모 내년 예산안 가운데 427억원(0.12%)을 감액해 이날 시의회 본회의로 넘겼다. 본회의는 이를 그대로 의결했다. 감액분 427억원은 전년 서울시 예산(31조8140억원) 대비 증액분 3조9702억원의 1%에 불과하다. 예산이 대부분 서울시 의도대로 확정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경기도의회도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재명 지사의 역점사업인 청년배당 청년연금 등 무상복지 예산이 포함된 24조3731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의결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서울시·경기도의회는 ‘일당 독재’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비 감소분 놓고 ‘세출 줄였다’ 주장
이런 ‘밀실 처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의원 110석(비례대표 포함) 중 102석을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예견됐다. 현재 행정자치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교통위원회, 기획경제위원회 등 서울시의회 10개 상임위 의장은 모두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다. 서울시의회 예결위 의원 33명 중 30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각각 2명과 1명이다. 예산을 미세 조정하는 계수조정위원회에선 아예 야당이 배제됐다. 9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예산을 주무르게 되자 야당은 지난주 초 시작된 예결위 회의에서 일찌감치 철수했다.
‘일당 독식’의 폐해는 상임위 논의 과정부터 부실한 심사로 이어졌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혜련)는 6조6448억원으로 편성된 서울시 복지본부 예산을 124억원 증액했다. 서울 돌봄SOS센터 등 43개 사업에 걸쳐 늘렸다. 복지위는 이 밖에 458억원의 불필요한 예산을 줄였다고 주장했으나, 이 중 414억원은 직접 세출을 줄인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비보조사업 중 소관 정부부처 변경 등에 따라 자연 감소한 것에 불과했다. 결국 복지본부 예산은 80억원 늘어났다. 이 예산안은 예결위를 거치면서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역시 복지예산이 대부분인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예산 2조6597억원도 변동 없이 예결위를 거쳐 이날 확정됐다. 야당은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임위·예결위 거치며 불어난 예산
내년 처음으로 편성한 서울 전역 고교 3학년 무상급식 예산 213억원도 서울시의회를 그대로 통과했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달 “친환경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이란 소모적 논쟁에 가두지 말고 전국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무상급식 등을 관장하는 평생교육국 예산은 시가 제출한 3조4087억원에서 시의회를 거치면서 27억원 더 늘었다. 무상급식은 서울시와 교육청, 자치구가 3 대 5 대 2 비율로 부담하기 때문에 구청 등을 포함하면 투입하는 지방재정 규모는 더 커진다. 문화본부 예산은 서울시가 당초 제안한 5301억원이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를 거치면서 140억원이 늘었고, 이후 예결위를 거치면서 84억원이 추가로 더 늘어 총 224억여원이 증액됐다.
한 정당이 독식한 지방의회의 ‘자치단체 예산 프리패스’는 서울시의회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쏠림이 더 심한 경기도의회(민주당 128명, 자유한국당 1명)도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의 ‘3대 무상복지’ 사업예산을 모두 통과시켰다.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위는 이날 도 예산 가운데 청년배당(1227억원), 산후조리비 지원(473억원), 무상교복 지원(26억원) 예산을 모두 통과시켰다.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한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 지원금’ 147억원도 원상 복구했다.
앞서 도 의회 보건복지위는 지난달 29일 “조례가 제정되지 않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만 혜택을 보게 된다”며 사업비를 모두 삭감했다.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보다 감시의 눈이 훨씬 적은 지방의회 예산심사 과정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성/임락근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