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투자 '찬바람'
美 증시 큰폭 조정에 '투자 바구니' 변화
아마존·알파벳 등 주가 급락…美 금리인상 감속 땐 달러 약세
해외주식 매수강도 크게 위축…1분기 62억弗→4분기 30억弗
보유주식 팔고 '휴식'하거나
존슨앤드존슨·비자·마스터카드 등 소비재·카드결제주에 신규 투자
[ 송종현/노유정 기자 ] 해외주식 직접투자 잔액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의 증시 활황과 글로벌 분산투자 추세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연평균 39.88% 불어났다. 올해도 8.72% 늘었다. 증가세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4분기 들어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가 속도가 확 줄었다.
해외주식 ‘직구’(직접구매)족의 ‘투자 바구니’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아마존 텐센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등 글로벌 4차 산업혁명주에 대한 투자 잔액 규모는 줄어든 반면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하는 일본 골드윈 같은 소비주의 투자잔액은 늘었다.
쪼그라든 美 기술주 투자잔액
작년 말 96억4496만달러였던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은 올 1분기 말 117억3391만달러로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2분기 이후로 들쭉날쭉하며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2분기 말 114억달러로 줄었다가 3분기 말 119억1307만달러로 다시 증가했지만 이달 13일 현재 105억2364만달러로 다시 위축됐다. 올해 2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인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4분기 이후 국내 직구족에게 인기가 많은 미국 기술주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10월 이후 이날까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은 평균 18.11%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하락률(-12.12%)보다 크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높은 가치평가를 받아온 이들 성장주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으로 조정장에서 다른 종목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해외투자 잔액 10위 안에 든 FAANG 종목 중 아마존(1위, 8억1938만달러)과 알파벳(7위, 2억3549만달러)의 투자잔액은 4분기 들어 각각 15.19%, 18.56%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변수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는 평가로 급등한 일본 내수주는 투자 잔액이 불어났다. 일본 패션기업 골드윈의 투자잔액은 4억4954만달러로, 3분기 말보다 56.07% 증가했다. 골드윈은 2018 회계연도 상반기(2018년 4~9월)에 전년 동기보다 123.2% 늘어난 31억2800만엔(약 312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9.36%였다.
“장기적으론 해외주식 투자 계속 증가”
증권업계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4분기 이후 해외주식 직구족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휴식’에 들어간 투자자다. 이들은 대부분 최근 2~3년간 해외주식 투자로 수십%대 수익을 올리고 보유주식을 팔았다. 김미영 NH투자증권 NH금융플러스 영업부금융센터 부부장은 “FAANG에 투자했던 투자자 중 보유 물량을 대거 처분하고 지금은 쉬고 있는 투자자가 많다”며 “일부는 변동성 장세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치고 빠지기식 단기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증시 조정에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미국 필수소비재주 비중을 늘리는 투자자도 있다. 민성현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은 “존슨앤드존슨과 같은 소비주와 비자,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 결제주에 신규 투자한 고객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 강도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으로 증가한 해외주식 매수금액은 1분기 61억9281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분기에 34억6761만달러로 급감했다. 3분기 들어 38억2854만달러로 반짝 회복됐지만 4분기 29억7287만달러로 다시 줄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것도 미국 주식 등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킨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속도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중장기적으론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 부부장은 “요즘은 개인들도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해외주식에 투자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며 “해외주식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송종현/노유정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