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원자력연구원까지…前 정부때 기관장은 다 나가라?

입력 2018-12-14 17:25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결정 유보

문재인 정부 들어 11명 사임
"사퇴 압박에 임기 못 채웠을 것"


[ 윤희은 기자 ] 신성철 KAIST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 결정이 유보되는 데 그쳤지만 과학기술계 수장을 둘러싼 정부의 ‘물갈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사임한 인사만 11명에 달해서다.

첫 물갈이 논란은 지난해 12월 불거졌다. 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황진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홍기훈 해양과학기술원장 등 세 명이 한 달 새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이사장은 임기를 2년가량 남겨두고 있었고, 황 원장과 홍 원장도 각각 5개월과 7개월 남아 있었다. 이들은 사임 당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장규태 생명공학연구원장, 서상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장이 사표를 냈다. 장 원장은 건강상 이유로 떠난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사퇴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3월에는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물러났다. 3년 임기 중 고작 절반을 보낸 시점이었다. 공식적인 사임 사유는 ‘일신상 이유’였다. 과학기술계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속적으로 표적 감사를 하더니 기어코 내보냈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압에 따른 과학기술계 수장의 사표 제출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4월에는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성게용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등 세 명이 비슷한 시기에 사의를 밝혔다. 신 원장 역시 사임 전 정부로부터 끈질긴 감사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손상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이 옷을 벗었다. 둘 다 스스로 원해서 사임한 것은 아니라는 게 과학기술계 시각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정부 뜻에 따라 이전 정부 때 임명된 기관 수장들이 줄줄이 사임하는 관행이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외압에 의해 물러나는 관행이 반복되면 전문성 있는 수장은 사실상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