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CIO 라운드테이블
내년 투자환경 불확실성 커져
포트폴리오 탄력적으로 운용을
부동산 등 대체투자로 대응
투자자산·시점 다변화해야
[ 유창재/김대훈 기자 ]
“거시경제 여건은 좋지만 경기사이클의 최정점을 통과한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카메론 시스터맨 머서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글로벌 자산운용사 및 자문사들은 내년도 투자 환경이 올해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등 상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으로의 투자 다변화도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블랙록, 아메리칸센추리, 머서인베스트먼트 등의 투자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신문사가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 ‘최고투자책임자(CIO) 라운드테이블’에 강사로 나서 이같이 조언했다.
‘2019년 세계 시장 전망 및 자산배분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강신우 한국투자공사 부사장, 강성석 교직원공제회 이사, 장동헌 행정공제회 부이사장, 이창훈 공무원연금 단장, 김희석 NH농협생명 부사장, 김상헌 새마을금고 부문장, 김석중 현대해상 전무, 이상희 롯데손해보험 상무 등 주요 기관투자가 CIO 30여 명이 참석했다.
경기사이클 후반부, 탄력적 운용 필요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아메리칸센추리의 비드야 라자파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주식 채권 현금 등 모든 자산군에 대한 투자 전망이 ‘중립’”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도 둔화되는 추세여서 과거만큼 긍정적으로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시장을 암울하게 볼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라자파 매니저는 “선진국 주식 중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유럽은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고 정치적인 불안 요인도 많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신흥국은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위험이 있지만 역풍을 잘 극복할 것으로 본다”며 “단기적으로 신흥국 주식은 중립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식에 대해선 “아직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면서도 “시장 전체에 투자하기보다는 좋은 종목을 골라 담아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투자자문사인 머서인베스트먼트의 시스터맨 매니저는 “주식은 중립, 채권은 비중축소, 현금은 비중확대”를 조언했다. 그는 “미국의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세 번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하이일드 채권 비중은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터맨 매니저는 “경기 사이클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 자산과 투자 시점을 모두 다변화해야 한다”며 “탄력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체투자 자산비중 높여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제임스 멜로스 대체투자부문 전무는 “미국 주식에 돈을 묻어두는 것만으로도 연 10%대의 수익률이 보장되던 ‘슈퍼 노멀’이 끝났고 변동성 장세가 시작됐다”며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현금흐름과 자산가치 증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두 추구할 수 있는 대체투자 자산의 배분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미국 시장의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전통 자산에 투자한 경우 연 1~5%의 수익률을,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한 경우 3~15%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체투자를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멜로스 전무는 “대체투자 중에서도 유럽 가치부가형(밸류애드) 부동산과 에너지 및 발전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유럽 주요 도시에는 개조나 재개발이 필요한 오피스 빌딩이 많다는 것. 그는 “엘리베이터를 새로 넣는 추가 투자를 하거나 공실률을 줄이는 등의 가치부가형 투자는 안정화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을 연 2%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및 발전 인프라 시장에선 “메가트렌드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화력 발전소 대신 신재생·천연가스 발전소가 늘어나고 있고, 에너지 공급망에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는 “장기 계약이 맺어져 있고 원자재와의 가격 상관도가 낮은 자산을 골라야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창재/김대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