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2018년 우수 인권공무원 선정 14명 표창
자녀 출산후 방임한 지적장애인 부부에 정관수술 지원
신속한 구인장으로 피의자 자살 방지
돈없어 치료 못받은 알코올중독자 지원
혐의없음 강간사건 재수사해 구속
(안대규 지식사회부 기자) 범죄 혐의자(피의자)의 자살 시도를 막고, 경찰로부터 ‘혐의없음’판정을 받은 성폭력 가해자를 끝까지 추적해 구속시킨 검사들이 ‘2018년 우수 인권공무원’으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습니다. 버려진 지적장애인 부부 자녀들의 출생 신고를 돕고, 소년원 내 유휴지를 텃밭으로 일궈 청소년 수용자들의 정서 안정을 도운 법무부 공무원들도 표창을 받았습니다.
법무부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 되는 올해 인권보호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한 검사 3명, 검찰수사관 3명, 교도관 4명, 출입국관리공무원 2명 등 총 14명을 올해 우수 인권공무원으로 선정해 표창했다고 12일 발표했습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로 수상자와 그 가족들을 초대해 격려했습니다. 조사를 받던 피의자의 잇단 자살로 최근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피의자의 자살을 막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준 ‘착한 검사’가 곳곳에 많은 것은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신속한 구인장으로 자살 방지, 정신과 치료도 지원
표창을 받은 김수현 수원지검 평택지청 검사(사법연수원 44기·29)는 사전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피의자로부터 “자살하겠다”는 전화를 받자, 잘 타이른 후 신속하게 구인장을 발부해 자살을 극적으로 막았습니다. 강제추행미수 혐의를 받은 이 피의자는 구속전 피의자심문 전날 술에 취한 채 검찰에 전화해 “더 이상 스스로 제어가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고 자살을 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검사는 그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며 전화를 끊지 않게 유도하면서 동시에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피의자의 소재지를 파악한 후 구인장을 집행했습니다.
피의자는 구속 이후 “사람이 우선이라는 검사님의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마음이 편안하고 살아보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날 검사님께서 판단을 잘 해주셔서 너무 고맙다”라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검사에게 보내왔다고 합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조사를 받다보면 심리적 고통이 극에 달해, 자살의 유혹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그때 신속하게 신병을 확보하는 것도 생명을 지키기위한 검사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김 검사는 15년간 30여회 자해를 시도한 한 피의자가 돈이 없어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못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정신과치료를 받도록 도왔습니다. 이 피의자는 만취상태에서 119에 “죽어버리겠다”고 신고하면서 자해를 시도한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게도 상해를 가했습니다. 김 검사는 그가 스스로 알콜의존증을 치료하고 싶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어 치료하지 못하는 것을 감지하고, 재범방지 차원에서 피의자를 구속한 후 치료감호청구를 위한 감정유치를 청구해 피의자가 정신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피의자는 구속 이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실수를 다시하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겠다”라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김 검사에게 보냈습니다.
◆자녀 출산하고 버려온 지적장애인 부부에 성교육 정관수술 지원
우미라 대전지검 마약수사서기(36)는 5명의 자녀를 출산한 후 유기·방임한 지적장애인부부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위해 부모의 친권 상실을 도왔습니다. 지적 장애 때문에 부모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녀들을 안전하게 아동보호기관에서 양육하기위해선 ‘친권 상실’이 불가피했던 것입니다. 법원도 친권 상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우미라 서기는 노숙자였던 지적장애인 부부들의 소재를 파악하기위해 이들의 기초생활수급자료를 확인하고 DNA 분석자료로 자녀들과의 부자관계를 확인했습니다. 특히 2명의 자녀는 출생신고를 못해 사회복지 제도 혜택을 못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검사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도왔습니다. 아울러 우미라 서기는 원하지 않는 출산을 반복하는 이 부부에 대해 성교육과 정관수술을 지원했습니다.
통상 이 시대 공무원은 소극적으로 자기할 일만 하고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다는 의미에서 ‘보신주의’, ‘복지부동’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우미라 서기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자세는 많은 공무원들의 ‘표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혐의없음’사건 물고 늘어져 피의자 구속
이은우 부산지검 서부지청 검사(연수원 42기, 38)는 ‘혐의없음’으로 경찰에서 송치된 성폭력 사건을 재수사해 가해자를 구속시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줬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여, 24)가 펜션에 놀러갔다가 일행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 검사는 평소 피해자의 성격이 매우 소극적이었고 당시 같이 있던 일행들은 피의자의 전 직장 부하직원들이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았으며 피의자와 피해자의 체격차이가 커서 당시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저항을 하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검사는 검찰시민위원회의 만장일치 의결을 거쳐 피의자를 불구속기소했고 피의자는 징역 2년의 선고를 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입니다. 이 검사는 피해자로부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억울함을 풀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서동민 의정부지검 검사(연수원 40기, 38)는 피해자가 폭력배로부터 6060만원을 갈취당하고 상습 폭행당한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송치된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가해자를 구속시켰습니다. 이 피해자는 진술 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서 검사는 피해자의 배우자를 동석시켜 피해자를 심층 면담하고, 계좌 및 수표 추적, 신용정보조회, 새로운 목격자 확보 등 다각적인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줬습니다.
◆유족에 익명으로 성금…소년원내 텃밭일궈 정서 안정 도와
박호연 광주지검 장흥지청 검찰주사보(46)는 사기를 당한 충격으로 치매가 발병한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의 유죄 입증을 도와 억울함을 풀어줬습니다. 최상문 청주지검 제천지청 검찰주사보(42)는 제천 화재사고의 유족 피해자 자녀의 안타까운 사연(화재로 아버지를 잃고 고등학생 남동생과 단둘이 살아가야 하는데 생계가 막막함)을 듣고 익명으로 유족에게 성금과 위로편지를 보냈습니다. 또 불우아동단체에 10년째 소액으로 기부한 선행도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법무부내 교정본부, 범죄예방정책국, 출입외국인정책본부 소속 공무원 중에도 수상자가 많았습니다. 백창규 대전교도소 교위(49)는 자살을 기도한 수용자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는 “아내와 긴급히 전화 통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 수용자에게 “오늘 전화를 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상담을 하고 돌아가던 중 갑자기 수용자가 3층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난간에서 수용자의 손이 떨어지려는 긴급한 상황에서 교도관은 위험을 무릅쓰며 신속히 수용자의 허리를 붙잡고 다른 직원과 함께 수용자를 끌어 올려 귀중한 생명을 보호했습니다.
성무경 서울남부구치소 교위(47)는 조현병으로 정신과약을 복용 중인 수용자가 벽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하는 것을 발견하고 자세한 상담을 통해 정신과 약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서울대병원 정신과 화상진료를 통해 이 수용자가 변경된 약을 복용해 안정을 찾도록 도왔습니다.
김민규 부산소년원 보호주사보(48)는 소년원 내 유휴지를 텃밭으로 조성해 원예체험 등으로 학생들의 정서안정을 도왔습니다. 송정훈 의정부교도소 교위(46)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해 피해의식이 있던 수용자를 위해 검정고시와 외국어공부에 도전하도록 돕고 건전한 사회 복귀를 유도했습니다. (끝) /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