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돌 맞아 '파격 성과보상'
네이버 "장기성장 위해 직원들과 성과 공유"
직원 노력해 회사 성장할수록 성과보상 규모도 커져
[ 김주완 기자 ] 네이버가 모든 직원에게 매년 1000만원 상당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주기로 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성과보상이다. 국내 상장사 중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1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내년 창사 20주년을 맞아 모든 직원에게 매년 1000만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성과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일본에 상장한 자회사 라인을 제외한 네이버 본사와 주요 계열사 정직원 4000여 명이 대상이다. 연간 지급 규모는 400억원에 이른다. 시행 첫해인 내년엔 여기에다 근속기간 1년당 2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어서 지급 규모가 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급 2년 뒤다. 2년 뒤 네이버 주가가 두 배로 오른다면 직원들은 차익인 1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네이버는 2000년 초 일부 핵심 임원에게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규 성과보상 프로그램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스톡옵션 행사에 필요한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가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성과보상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은 미래 성장을 담보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인력이 중요한 정보기술(IT) 기업은 직원의 사기와 노력에 따라 성과가 좌우된다. 네이버의 급여와 복지는 지금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파격적인 스톡옵션제도 도입을 통해 직원들을 더 독려하겠다는 의도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사업 특성상 직면한 여러 도전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래에 그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새로운 성과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과보상 강화는 신규 인재를 확보하고 기존 인력의 이탈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핀테크(금융기술), 동영상 서비스 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인력을 크게 늘렸다.
네이버 직원 수(계열사 포함)는 지난 6월 말 기준 9100명까지 증가했다. 작년 말(8100명)보다 14.1%(1000명) 늘었다. 구글 등 해외 경쟁업체에 국내 시장을 급속히 빼앗겨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면서다.
네이버는 인터넷 검색서비스 분야에서 구글 유튜브의 위협을 받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달 5일 열린 ‘2018 인터넷 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며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5만 명의 개발자를 확보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신규 성과보상제 도입으로 네이버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네이버 주가가 오를수록 보상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내년 2월 처음 스톡옵션(1000만원어치)을 받을 때 네이버 주가가 13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2년 뒤 주가가 26만원(2배)으로 오르면 1000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39만원(3배)까지 오르면 보상 규모는 2000만원까지 불어난다. 네이버가 지금보다 성장해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직원들의 성과보상도 늘어나는 구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