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하는 벤처캐피털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
[ 이지훈 기자 ]
“2020년까지 운용액을 2조5000억원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가장 오래된 벤처캐피털(VC)을 넘어 최고의 VC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올해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자신감은 45년 전통을 갖춘 업계 최초의 VC라는 저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업가치 5조원을 넘어선 ‘블루홀’,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게임회사 ‘펄어비스’, 유니레버에 매각된 화장품 회사 ‘카버코리아’ 등 대박 투자를 통해 업계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VC라는 자부심도 있다. 미국에 직접 진출해 바이오 분야에서 독보적인 투자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는 점도 자신감의 배경이다.
아주IB투자는 2020년까지 운용자산을 2조5000억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올해에만 ‘라이프사이언스3.0’ 펀드와 성장지원펀드를 통해 운용자산을 약 3000억원 늘렸다. 김 대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한 수익률을 내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아주IB투자는 197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전액 출자해 국내 최초로 설립된 VC다. 2008년 아주그룹이 기술보증기금이 갖고 있던 지분을 인수하면서 그룹에 편입됐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51개 펀드를 통해 약 2조원의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1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해에는 2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아주IB투자가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미국 바이오 분야에서 선도적인 성과를 내면서다. 2013년 미국 보스턴에 사무소를 개설한 아주IB투자는 라이프사이언스 1호 펀드(600억원)와 그로스-헬스케어펀드(320억원)를 통해 총 13개 미국 바이오기업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9개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0~30%에 달한다. 하버드 대학 암센터의 최고전략책임자인 윌리엄 한 박사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현지 VC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아주IB투자가 투자한 기업 중 표적 항암제를 개발하는 ‘G1테라퓨틱스’는 투자금의 2.5배를 벌어들였다. 자가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셀렉타’를 비롯한 4개 기업은 블록딜 방식 등으로 분할 매각을 하고 있다. 내년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도 사무소를 내고 정보기술(IT) 분야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의 투자 사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오비메드, 힐하우스캐피털 등 글로벌VC와 함께 투자한 미국 바이오업체 A사와 여행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야놀자’를 택했다. A사는 특정 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하는 방법인 ‘프로탁’이란 기술을 통해 유방암 치료제 등을 개발한다. 야놀자의 경우 단순한 숙박앱(응용프로그램)을 넘어 여행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이유를 꼽았다. 그는 “야놀자는 여행과 관련된 모든 밸류체인을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1일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증시 악화 영향으로 공모가는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 김 대표는 “아쉽지만 상장을 계속 미루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평가받는 걸 택했다”며 “아주IB투자의 진면목이 시장에 알려지면 기업 가치는 충분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