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우리차 사지 마세요"…광고 화제

입력 2018-12-12 11:07
수정 2018-12-12 15:06

볼보 자동차가 독일에서 ‘이 차를 사지 마라’는 문구를 담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볼보는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되면서 삼류 메이커로 몰락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 시리즈의 인기를 발판으로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 비지니스위크는 11일(현지시간) ‘볼보의 새로운 홍보(Volvo’s New Pitch)’라는 제목으로 자동차 정기구독 사업에 뛰어든 볼보의 전략을 소개했다. 볼보는 2025년까지 생산하는 차량의 절반 가량을 자동차 정기구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음원 서비스) 같은 정기적 이용료 지불 형태의 소비가 주류가 되는 데 따른 전략이다. 서비스 준비를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1년 간의 시범사업도 진행했다. 볼보도 미래 자동차 시장 격변에 대응하기 위해 이같은 전략을 세웠다.

볼보는 지난 10월 독일 전역에서 대부분 자동차 모델의 정기구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소형 SUV차량인 XC40은 월간 498유로(약 63만6000원)의 사용료를 내면 탈 수 있다. 고급 SUV인 XC90은 한 달에 929유로(약 118만6000원)을 내야 한다. 구독료에는 보험과 세금, 긴급출동·픽업 서비스와 겨울용 타이어 장착과 보관료 등의 모든 서비스 비용이 포함됐다. 포르쉐와 벤츠도 미국에서 한달에 1000~2000달러(약 110만~220만원) 정도에 고급 차량을 바꿔가며 탈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정기구독 서비스가 리스나 장기렌트와 다른 점은 계약금이나 예치금·보증금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차량 유지보수와 각종 서비스 요금이 포함돼 있어 월 이용료가 리스나 장기렌트에 비해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XC40의 경우 독일에서 한 달에 300유로(38만3000원)이면 리스할 수 있다. 500유로에 가까운 정기구독료에 비해 40%가량 싸다. 이 때문에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인 미국은 설문조사에서 14%의 응답자만 자동차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동차 회사들이 너도나도 정기구독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은 머지 않아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차량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자율차 시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밀레니얼 세대에서부터 자가용 이용 형태는 크게 바뀌고 있다. 영국에선 17~20세 청소년들의 운전면허증 보유 비율이 30%에 불과하며, 1990년대와 비교해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유럽 주요 국가과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과 대중교통의 발달로 도시 지역에선 자가용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공유(렌탈) 서비스와 우버와 같은 서비스의 보급도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진 점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