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썰쩐] (1) "3억 빚 1년 만에 다 갚았다"

입력 2018-12-12 10:35
수정 2019-03-06 15:32
돈 벌기 힘든 세상이다. 국내외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직장인들의 월급 봉투도 얇아질 위기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둔화,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산시장도 녹록지 않다. 잘 나가던 부동산 시장은 꺾였고, 주식시장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도 샐러리맨에게도 똘똘한 재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돈(쩐)을 벌었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1) 고명환 라이온투자자문 대표 "2% 칼손절매"



이불을 뒤짚어쓰고 펑펑 울었다. 분에 이기지 못해 나무나 전봇대에 수십차례 주먹질을 하고 다녔다. 그러면 또 손이 아파서 며칠을 앓아누웠다. 쪽팔리고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사는 주식마다 하락했고 카드로 돌려막던 빚은 3억원으로 불어났다. 첫째가 나왔는데 쌀이 떨어지고, 기저귀값이 없었다. 가족과 안 본 지도 벌써 몇 년이다. 나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투자자문사의 대표가 된 고명환 라이온투자자문 대표(36·사진)의 어려웠던 시절 얘기다. 불과 5년 전이다. 지난 10일 고 대표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막 매매를 끝내고 나온 그는 "주말 미국 증시가 급락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손실을 보지 않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2% 이상 급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큰 가운데, 미국의 고용지표마저 부진하게 나와 하락세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전거래일이었던 7일 종가에 신라젠 주식을 매입한 상태였다. 이날 외국인들이 신라젠을 100억원 이상 사들이는 것을 보고 추세가 살아있다고 판단했다. 10일 신라젠은 2% 이상 하락해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상승반전했고, 이 때를 노려 고 대표는 보유하고 있는 신라젠 주식을 모두 팔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이 살아있는 종목은 한번은 빠져나올 기회를 줍니다. 덕분에 오늘 손실을 막았네요." 고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을 이용한 단타 매매를 한다. 이같은 투자기법으로 3억원의 빚을 1년여 만에 다 갚았고, 이제는 자산가라 불릴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수십번 깡통을 차고 얻은 교훈의 결과다.

◆세계 챔피언을 꿈꾸던 청년

고 대표의 꿈은 사실 이종격투기 선수였다. 촉망받던 선수이기도 했다. 데뷔전을 비롯해 명지대총장기배 격투선수권대회, 전국 프로격투기 신인왕전에서 우승했다. 11전 10승 1패, 마지막 패배가 은퇴로 이어졌다.

세계 챔피언을 꿈꾸며 해병대를 전역하고 나와 다시 운동을 시작했지만, 운동에는 돈이 많이 들어갔다. 취업해서 운동을 병행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일단 살고보자. 이종격투기의 꿈을 접고 샐러리맨에 전념했다. 주식은 대한통운을 다녔을 때 회사 선배가 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 5000만원으로 산 대우차판매가 수개월 만에 1억5000만원이 됐다.

당시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아내의 말이 떠올랐고,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20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답이 안 나와 사표를 쓰고 전업 투자자가 됐다. 그러나 6개월 만에 돈을 모두 날렸다. 돈을 빌려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해 2012년 대선 테마주로 2500만원을 1억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1억원도 1000만원이 돼 돌아왔다.

고 대표는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돈을 벌었던 것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상승장이 시작됐기 때문인데, 내가 주식을 잘 하는 줄 알았다"고 되돌아봤다.

빚이 3억원이 됐을 때 누나에게 3000만원을 빌려 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다시 일어서는 방법도 주식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100만원을 벌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주식을 공부하고 투자했다. 그렇게 5년의 수업료를 치른 뒤에야 꾸준히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상·하한가 따라잡기, 작전주 매매 등 나쁜 버릇은 모두 버렸다. 외국인과 기관 등의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에만 단타 매매를 했다.

업황과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의 수급을 봤다. 단타이기 때문에 들어가고 나오기가 쉬운 하루 거래대금 1000억원 이상의 종목에만 투자했다. 수급을 보고 종가에 투자해 다음날 시초가나 장 초반에 정리하고 나왔다. 2% 수익이 나면 차익을 실현하고, 2% 손실이 나도 과감히 손절매했다.

고 대표는 지난 5년간 이같은 매매내역이 담긴 자신의 계좌를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에 공개하면서 유명해졌다. 2014년 키움증권 영웅전 실전투자대회에서 수익률 91.38%로 1억클럽에서 3위를 했다. 2015년 유안타증권 실전투자대회 3천리그 1위(305.14%), 2017년 KB 실전투자대회 MTS 1천리그 2위(116.81%), 2018년 미래에셋대우 실전투자대회 3천리그 4위(213.14%) 등을 기록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한국서 장기투자는 불가능"

그가 단타 매매를 자신의 투자기법으로 삼은 것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장기 투자는 답이 아니라는 결론에서다.

고 대표는 "정보와 돈이 부족한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또 공매도란 무기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외국인에게 덤비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가를 끌어올릴 때 같이 들어가서 수익을 챙기고 나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성장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 가격은 우려스럽고, 화장품과 게임 등은 중국의 규제 수위를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도 업황이 좋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이 진행 중이다.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약세장에서 장기 투자는 독이다.

하루 이상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고 대표가 수급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황이다. 5시 반에 출근해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챙긴다. 한국 증시는 이들에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급락했다면 매매를 쉬고 미국 선물이 오르는지 지켜보면서 기회를 찾는다. 시간외단일가 매매의 상황까지 다 봐야 하루가 끝난다.

그가 현재 집중적으로 매매하는 종목은 현대로템과 현대엘리베이터, 신라젠, 셀트리온 등이다. 제약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거품이 많이 꺼진 가운데 지수가 상승하면 먼저 반응한다. 남북경협주는 돌발악재가 나올 때 분할매수하면 일주일 내에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고 대표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 북한은 결국 비핵화를 택할 것이고, 미국이 일부 제재라도 완화하면 철도연결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으로 현대로템과 현대엘리베이터는 실제 관련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며 "무엇보다 이들은 절대 상장폐지되지 않을 재무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온투자자문, 연 12% 수익 목표

이종격투기로 10년, 전업투자자로 10년을 보낸 고명환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고 대표는 지난 7월 헤지펀드를 운용하던 지인과 함께 자본금 19억원으로 라이온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운용전략은 역시 단기 매매다. 지난 7월16일부터 운용을 시작한 자기자본(고유계정)의 지난달까지 누적 수익률은 22.78%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의 상승률 0.81%와 0.74%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그는 "보다 큰 물에서 나만의 투자전략으로 끝까지 가고 싶다"며 "월 1%씩, 연 12%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라이온투자자문은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일임업 자격을 인가받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일임계좌도 자기자본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고유계정 매매를 통해 자본금을 불려 자산운용사로의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고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100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해 수천번의 실전 경험을 쌓으라고 주문한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매매원칙을 만들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얘기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