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설 곳 잃은 자영업자…대출금리 상승에 두 번 '눈물'

입력 2018-12-12 08:39

경기 불황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에 두 번 울고 있다. 대출금리는 물론 연체율 마저 오름세를 띠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이 올해 8~10월 동안 취급한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3.67%로 7~9월 취급 평균금리(3.61%)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연초(3.56%)와 비교해서는 0.11%포인트, 전년 동기(3.42%)보다 0.2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신용대출 금리와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함께 올랐다.

4대 은행이 올 8~10월 취급한 개인사업자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4.76%로 1년 전(4.57%)보다 0.19%포인트 뛰었다. 마이너스통장의 평균금리는 연 4.91%로 1년새 0.08%포인트 상승해 5%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늘어난 이자 부담은 자영업자에게 독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때 음식·숙박업의 폐업 위험도는 10.6% 증가하고, 도·소매업의 폐업 위험도는 7.0% 늘어난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형편은 대출 연체율에서도 드러난다. 올 10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38%로 전월(0.34%)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말(0.29%)과 비교하면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자영업자의 대출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도 팔을 걷어부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은행권 현장 점검에 나서며 자영업자에 대한 보다 깐깐한 대출심사를 주문했다. 여기에는 올해 3월 은행권에 도입한 자영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 따랐다. '자영업자 여신심사시스템'은 현재 구축 단계에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 부채관리에 나섰지만 대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10월 말 현재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11조2000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2조원 늘었다. 1~10월 대출 증가액만 22조3000억원에 달한다.

가파른 대출 증가세에 대출금리·연체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자영업자의 대출 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한은이 금리를 동결 하더라도 미국이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앞으로도 대출금리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며 "자영업자 대출이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대출 조이기에 앞서 이자 부담을 먼저 덜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