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11일 서울 역삼동 GS타워. 흔히 ‘나비 넥타이’로 불리는 보타이(Bow-tie)를 맨 ‘신사’들과 드레스 차림의 ‘숙녀’들이 1층 아모리스 홀을 가득 채웠습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뮤지컬 음악이 연신 울려 퍼졌습니다.
참석자들은 레드카펫을 지나 ‘포토존’에서 제각기 다른 포즈로 사진 촬영에 임했습니다. 대규모 시상식을 방불케 했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영화제 시상식이라도 열린 것일까요. 바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2018년 벤처창업진흥유공 포상’ 시상식 얘기입니다.
이날 행사는 영화제 시상식 콘셉트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수상자 개개인이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무대와 행사 진행을 구성했습니다. 포상 시상은 뮤지컬 공연으로 이뤄졌습니다. 연기자들이 창업 활성화를 주제로 한 뮤지컬 공연을 펼쳤고, 공연 중간중간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뮤지컬 공연은 창업, 지식서비스, 투자, 벤처 등을 키워드로 해 벤처생태계의 단계별 성장 과정을 표현할 수 있는 스토리로 연출됐답니다.
수상자들은 공연을 즐기면서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엄숙하고 천편일률적인 시상식에 익숙한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일부 수상자는 어색하고 쑥스러운 듯 경직된 모습이었고요. 하지만 곧 행사에 적응해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뮤지컬 갈라쇼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이날 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한 수상자 가족은 “벤처창업 관련 시상식이 노래와 춤으로 이뤄질 지 몰랐다”며 “이런 분위기의 시상식이 처음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신선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양현덕 벤처기업협회 마케팅지원본부장은 “수상자와 가족들이 더욱 유쾌하게 시상식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고 행사를 기획했다”며 “협회 직원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반영했다”고 하더라고요.
올해로 21회 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벤처·창업 활성화, 지식서비스 산업발전 등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개인 혹은 단체 발굴해 포상하는 자리입니다. 독창적인 기술력과 모험 정신으로 벤처업계를 선도하고 기술·경영 등에서 혁신 능력이 탁월한 우수 벤처기업과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죠.
올해는 훈장 3점, 포장 1점, 대통령 표창 18점, 국무총리 표창 17점, 장관 표창 144점 등 총 183점을 포상했습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혁신 성장의 주역인 벤처·창업진흥 유공자를 포상하는 행사”라며 “올해는 국내 산업발전과 혁신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훈장의 등급을 최고 금탑산업훈장으로 상향시켰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벤처 유공 포상을 시작한 1997년 이후 최고 등급인 금탑산업훈장을 시상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용성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어려운 시기이지만 벤처캐피탈업계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자리가 벤처 창업계에 몸 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축사를 했습니다.
이날 행사 시나리오를 접한 관계기관 참석자들은 처음엔 꽤나 놀랐다고 합니다. 파격적인 구성을 우려했지만 비슷비슷한 행사가 아닌 ‘수상자가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무대’라는 콘셉트에 공감했다는 후문입니다. 행사 안내를 맡은 현장 아나운서는 “연말이라 많은 시상식을 다녔지만 이런 시상식은 처음 본다. 기억에 남을 듯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시상식에서 “미래 혁신성장의 중심은 벤처 창업기업”이라며 “벤처기업에는 성장 기반을 갖춰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스타트업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정책을 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시상식에 참석한 김광현 창업진흥원장은 “민간 부문에 몸을 담고 있다가 공공 부문에도 혁신과 창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발을 담그게 됐다”며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의 지속적인 혁신 성장을 응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