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노경목 특파원의 선전 리포트
지난해 생산한 中 산업용로봇
13만1079대…1년새 68% 급증
리쉰다로봇 작년 매출 80%↑
매년 임금 10% 안팎씩 올라
너도나도 생산자동화 가속도
인건비 부담 줄이고 품질향상
광둥성 등 지방정부도 협조
로봇 구입비 보조해주기도
[ 노경목 기자 ]
중국 푸산에 있는 로봇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리쉰다로봇은 지난해 전년 대비 80%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올해도 인근 광둥성 일대 제조업체에서 로봇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로봇 도입과 공장 자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건비 급등에 대처하고 아직 선진 제조업체들에 비해 부족한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이 2000년대 초부터 주력해온 분야다. 사업 환경 변화에 중국 기업도 비슷한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산업용 로봇 제조 늘어
중국은 지난해 전년 대비 68.1% 늘어난 13만1079대의 산업용 로봇을 생산했다. 산업용 로봇 제조는 2015년부터 세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물량의 대부분은 중국 내에서 소화된다. 매년 10% 안팎 상승하는 인건비에 대응해 중국 기업이 생산 자동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20년 전 월 300위안 정도였던 생산직 노동자 급여는 최근 5000위안 이상까지 올랐다. 중국 정부도 로봇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광둥성은 로봇 도입 사업장에 구입비의 15%를 보조해주고 있다. 차이자화(蔡家華) 포산시 부시장은 “중국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조건이었던 낮은 인건비가 옛말이 됐다”며 “기업은 자동화를 통해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고, 지방정부도 이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쉰다로봇은 세계 주요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ABB와 쿠카 등에서 로봇을 구입해 개별 공장 필요에 맞는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를 만든다. 일종의 최적화 전문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오포와 비보 등 스마트폰제조업체, 메이디 등 가전업체 등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로봇 최적화는 관련 수요가 늘면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업종으로 자리잡았다”며 “중국 내에만 주요 업체가 10개 이상 있다”고 전했다.
○인력, 80% 줄이기도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자동차 및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커넥터를 제조하는 더룬전자는 올해 공장을 선전에서 허산으로 이전하며 자동화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특정 생산라인에서는 과거 30명이 하던 일을 6~7명이 담당한다.
공장 전체로는 과거 대비 인력 수요가 40%가량 줄었다. 월 급여가 비교적 비싼 선전에서 공장을 이전해 나온 것까지 합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자동화로 재미를 본 이 업체는 2020년까지 선전 등에 있는 나머지 공장도 모두 이전해올 계획이다.
음료수 병과 뚜껑을 만들 때 사용하는 틀(금형)을 제조하는 싱렌정밀은 자동화를 통해 품질을 끌어올린 사례다. 1990년대 초 회사가 문을 열 때만 해도 대부분의 공정을 손으로 했지만 최근에는 자동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금형을 만들 때 쇠를 깎는 작업에 자동화를 도입하면서 오차를 1㎛(100만분의 1m) 이하까지 줄였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코카콜라, 펩시 등 글로벌 음료 제조업체 주문을 대거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 병의 절반은 이 회사가 제조한 금형을 사용한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아우디와 골프 등을 생산하는 이치다중 포산공장도 올 7월 2기 공장을 가동하며 자동화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로봇 880대를 투입해 조립 공정을 완전히 자동화하며 생산효율이 높아졌다. 중국 내 6개 이치다중 공장 중 가장 자동화율이 높아 분당 한 대씩 자동차를 생산한다.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공장에 비교해서는 두 배 정도 빠른 속도라는 설명이다. 이치다중은 자동화에 좀 더 속도를 올려 연 60만 대인 해당 공장 생산량을 2020년엔 77만 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autonomy@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