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상징 록음악, 극의 무게에 눌리다

입력 2018-12-09 17:18
리뷰 - 연극 '록앤롤'


[ 김희경 기자 ]
20세기 후반 체코 현대사의 민낯과 시대의 고민을 ‘록’이란 소재와 연결시킨 영리한 무대였다.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국립극단의 연극 ‘록앤롤’ 얘기다.

이런 소재와 접근방식은 그러나 작품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됐다. 음악이 소재가 되긴 했지만 중심을 이룬 것은 방대한 대사와 갈등 등 극적인 요소이기 때문. 록 음악이 주는 짜릿함을 기대한 관객들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묵직한 역사의 무게를 곱씹어보며 돌아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 초연인 이번 공연은 영국 극작가 톰 스토파드가 집필, 김재엽 감독이 연출했다. 록 음악에 심취한 체코 출신의 영국 유학생 얀(이종무 분), 그의 스승이자 공산주의를 이상향으로 믿는 영국 교수 막스(강신일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대 배경은 1968~1990년이다. 체코엔 공산당 독재가 계속되고 얀은 금지된 음악에 심취했단 이유로 여러 감시와 억압에 시달린다.

이야기 구성은 독특하다. 무대장치가 회전하며 체코와 영국을 번갈아 비춘다. 체코에 돌아와 탄압받는 얀의 이야기, 영국에 있는 막스 교수와 가족의 이야기를 평행 구조로 배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념’과 ‘자유’라는 인간 역사의 커다란 두 줄기, 역사 속에 표류하는 개개인의 고민을 함께 담아낸다. 그저 록을 좋아할 뿐인 얀이 이념이란 틀에 휘둘리게 되는 설정은 시대와 나라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생소한 타국의 역사를 많은 양의 대사로 꽉꽉 채워넣어 다소 어렵고 긴장감이 떨어졌다.

제목은 ‘록앤롤’이지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롤링스톤스, 핑크플로이드 등의 음악이 장면이 바뀔 때마다 영상과 함께 흐른다. 그러나 극이 중심이기 때문에 잠깐씩만 울려 퍼지는 게 대부분이다. 4시간이 훌쩍 넘는 원작을 이번 공연에선 3시간으로 줄였다고 한다. 원작의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고 잘 전달하기 위해 조금 더 분량을 덜어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