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새로 번역해 3권 출간
[ 은정진 기자 ]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태엽 감는 새 연대기》(민음사)가 완전판으로 재출간됐다. 3부, 총 1000쪽이 넘는 이 작품은 청춘의 상실과 성숙의 고통을 주로 그려낸 하루키에게 분수령이 됐던 소설이다. 일본 문학계에선 하루키 작품 세계를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다.
이 작품은 고양이가 집을 나가고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 이후 자취를 감춘 아내 구미코를 찾으려는 남편 오카다 도오루의 분투를 그린 소설이다. 아내의 가출을 계기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 나서는 도오루는 불가사의한 인물들과 얽히며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과오, 무자비한 역사에 상처를 입은 이들이 겪는 고통 등 폭력의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하루키 장편 소설 중 가장 실제 역사에 천착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책은 출간 25년을 맞아 하루키가 직접 내용을 다듬은 개정본을 새로운 번역으로 옮겼다. 민음사 측 관계자는 “하루키가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미국 출간을 계기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직접 다듬어 문고판에 반영했다”며 “전반적으로 스타일이 더 날렵해졌다”고 말했다. 번역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인 김난주가 맡았다. 구미코의 모호하면서도 고뇌가 담긴 말투, 도오루의 이웃집 소녀 가사하라 메이의 당돌한 말투, 반은 과거에 속한 존재인 마미야 중위의 정중하고 고풍스러운 말투 등 하루키 특유의 생동하는 인물들과 소설 속 세계가 최대한 하루키가 담은 의도에 가깝게 번역됐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는 일본에서만 227만 부(2002년 기준) 이상 판매됐고 지금까지 35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루키는 1995년 이 소설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것은 물론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 책은 총 세 권으로 된 일반판 외에 5000부 한정으로 발행되는 합본 특별판도 선보인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