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션 임파서블

입력 2018-12-06 18:28
송재훈 < 차바이오그룹 회장·내과 전문의 jhsong@chamc.co.kr >


루루와 나나. 중국에서 얼마 전 태어난 이 쌍둥이는 아마도 과학사에 그 이름이 길이 남을 것이다. 이들은 사상 최초로 수정란 유전자를 조작해 태어난 소위 ‘디자이너 베이비’다. 중국의 허젠쿠이 교수는 지난달 유튜브를 통해 수정란 유전자를 편집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두 아이를 출생시켰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20년 전 영화 ‘가타카’에서 묘사했듯 좋은 유전자를 가진 인간만을 인위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리는 사건이었다. 이 발표 후 세계 과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 행위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비난과 탄식이 세계 언론을 도배했다.

‘JCVI-syn3.0.’ 비밀 코드 같지만 이 문자가 가리키는 건 2016년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가 실험실에서 만든 사상 최초의 인공생명체다. 이 인공생명체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 473개만을 가진 세포다. 그리고 올해 미국 샌디에이고대 연구팀은 플라스틱 껍데기 속에 DNA를 갖춘 인공세포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신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생명 탄생을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이뤄내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이런 인공생명체는 신약 개발, 스마트 식물 등 무궁무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2013년 런던에서 역사상 최초의 인공고기 시식회가 열렸다.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공고기로 조리한 햄버거를 시식하는 행사였다. 소 근육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인공육이었다. 맛은 일반 소고기와 거의 비슷했다. 미래에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식량 부족, 환경 문제 등이 심각해질 것을 고려하면 인공육은 미래의 식량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 혁명은 21세기의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20~30년 전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여기던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나오고 있다. 유전체학, 나노과학, 재생의학, 인공지능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첨단 과학이 융복합되면서 만들어내는 혁신 기술로 수많은 ‘미션 임파서블’이 가능해지고 있다. 물론 생명체의 합성과 생성, 유전자 조작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기술의 발전은 인간 공동체의 기본적인 윤리적, 사회적 기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미국을 필두로 유럽 중국 일본 등이 국력을 총결집해 바이오 혁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속도라면 20~30년 뒤에는 또 다른 혁명적인 기술이 나올 것이다. 미래에는 20년 전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가상현실을 충격적으로 다룬 영화 ‘매트릭스’의 광고 문구처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