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스포츠댄스 의상 제조업체를 방문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사업주 부담을 줄이고자 정부가 지원하고 일자리안정자금의 현장 체감도를 살피고 사업주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연말이 코앞인데도 일자리안정자금 집행률이 59.8%(11월30일 기준)에 머물고 있는 점도 이 장관을 현장으로 이끈 배경이다.
이 장관은 이날 뜻한 바 대로 “일자리 안정자금이 도움이 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았던 “지원금도 좋지만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는 불만도 들었다. 여기에 생각지도 않았던 ‘숙제’까지 받아들었다.
이 장관이 이날 찾은 곳은 수제 스포츠댄스 의상 제조업체인 ‘장일남 컬렉션’이다. 직원 35명에 연매출 30억원 정도를 올리는 작은 기업이지만 업계 수위권의 강소기업이다. 장일남 대표는 “일자리안정자금 효과가 좀 있느냐”는 이 장관의 질문에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 부담이 늘었는데 정부 지원이 도움이 됐으며 내년에는 지원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진짜 현장의 목소리는 ‘덕담성 대화’가 끝난 뒤 이어졌다. 장 대표는 “최저임금이 너무 갑자기 오르다보니 직원들의 임금 도미노 현상이 심해져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25년전 운 좋게 이 건물을 매입하지 않았더라면 (임대료 부담에)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신입사원의 한달 임금은 월 최저임금 157만3770원에 연장수당을 합해 200만원 남짓이다. 기존 직원과 신입직원의 임금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다보니 신입사원 인건비가 크게 늘었고 그에 비례해 기존 직원들 월급을 올려줘야 하다 보니 경영이 힘들다는 토로였다.
장관과 대표 간의 대화를 지켜보던 기획실장과 경리과장는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다보니) 20년 경험의 기술직과 이제 막 들어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의 임금격차가 거의 없다”며 “최저임금과 평균임금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면서 직원들 간의 갈등도 생겼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 장관에게 예정에 없던 ‘일자리 해법’까지 제안했다. 장 대표는 “스포츠댄스 인구가 대략 350만명인데 아직 스포츠댄스는 공식적인 별도의 직종으로 분류돼있지 않아 대부분의 학원, 교습소들이 불법인 상황”이라며 “스포츠댄스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면 동호인이 더 늘 것이고 관련 일자리도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포츠댄스는 무도학원 또는 무도장업으로 묶여 있어 학원 입지를 제한받고 청소년 유해업소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학원 등록 허가권을 가진 교육부는 스포츠댄스학원(교습소)을 학원이 아닌 체육시설로 판단해 학원 허가를 내주지 않아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6월 댄스학원 운영자 하모씨가 인천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댄스스포츠학원 설립·운영 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댄스학원도 학원”이라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