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버지였다…1000개 불빛 중 가장 밝은 빛"

입력 2018-12-06 17:44
수정 2019-03-06 00:03
'아버지 부시' 마지막 길 배웅…美 전·현직 대통령 한자리에

아들 부시 "춤 실력 형편 없었다"
찬사·유머로 마지막 인사

장례식에 여·야 인사 총출동
트럼프, 클린턴과 '어색한 만남'


[ 추가영 기자 ]
“우리에게 그는 1000개의 불빛 중에서 가장 밝은 빛이었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장례식에서 이같이 회고했다. 43대 대통령인 아들 부시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치러진 41대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 장례식 추도사를 통해 “아버지는 언제나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한 헌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굳게 믿었던 분”이라고 말했다.

‘1000개의 불빛’은 고인이 1988년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수락연설에서 미국 내 수많은 민간 봉사활동 단체를 일컬으며 처음 사용했다. 묵묵히 헌신해온 민간 봉사단체들이 더 나은 미국을 만드는 불빛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말은 그 뒤 대통령 취임사를 비롯한 각종 연설에서 자주 인용됐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슬픔 속에서도 ‘아버지 부시’의 행적을 유머에 담아 소개하자 장례식장에선 간간이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그의 (골프) 쇼트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다”고 말해 추모객들을 웃음 짓게 했다.

추도사 후반엔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추도사 막바지에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큰 자동차와 거액의 통장 잔액이 아니라 신의와 사랑”이라는 고인의 대통령 취임사 문장을 인용해 참석자들을 다시 한번 숙연하게 했다.

그는 “아버지, 우리는 정확하게, 그리고 그 이상으로 당신을 기억할 것이고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의 품위와 성실, 친절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그는 추도사를 마치고 내려오며 아버지의 어깨를 다독이듯 아버지가 잠든 관을 손으로 두 번 두드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지난달 30일 향년 94세로 타계한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200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11년 만에 미 정부의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가 지도자와 여야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치른 장례식 예식이 매우 부시 같았다(Bush-like)”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야당과도 타협했던 고인의 정치 행적처럼 모두가 장례식을 함께했다는 의미다.

장례식장 맨 앞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자리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별세한 미 정계의 거물 존 매케인 상원의원 장례식엔 초대받지 못했지만 이날은 앞자리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인사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는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존 메이저 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도 함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정부 조문사절단 단장으로 참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