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회 무역의 날
K수출, 신남방 시장 개척 '글로벌 빅5' 도전
[ 김보형 기자 ]
제55회 무역의 날을 맞은 올해 한국은 2년 연속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했다. 수출액도 6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의 국가별 수출 순위는 중국과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했다.
수출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단일 품목으로는 최초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부품과 석유화학 제품, 기계 등도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전기차와 항공우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로봇, 첨단 신소재, 바이오헬스 등 8대 신산업도 수출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수출 품목도 한층 다변화됐다.
선진 시장·서비스 수출 늘려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수출 6000억달러 달성 이후 주요국 성장경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 독일,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했다. 2011년 수출 5000억달러 달성 이후 7년 만이다.
한국은 수출 2000억달러 달성에서 6000억달러까지 14년이 걸렸다. 중국과 네덜란드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수출 6000억달러 달성국 중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36.3%로 네덜란드와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전체 수출(상품+서비스) 중 상품 수출 비중은 중국, 독일과 함께 80%를 웃돌았다. 중간재와 신흥국 수출 비중도 각각 60%를 상회해 7개국 중 가장 높았다. 수출 6000억달러 달성 7개국 중 한국은 독일과 가장 비슷한 구조를 보였다. 독일은 내수시장 규모가 작지만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무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중계·가공무역 중심으로 한국과 수출구조가 다르다. 미국과 일본도 내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과 경제 구조가 다르다.
한국 수출이 6000억달러 달성 이후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흥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수출 대상국을 확대함과 동시에 프리미엄 소비재 중심의 수출 확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대외 경제환경 변화에 취약한 신흥국의 수출 비중이 60%에 달할 정도로 편중된 수출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5년간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한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처럼 소비재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품 수출 확대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출 확대 전략을 통해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과 의료, IT 서비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수출을 육성해야 한다고 국제무역연구원은 조언했다.
내년 수출 3% 성장할 것
수출 6000억달러 달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수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신흥국 불안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의 수출 증가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3.0% 증가한 6250억달러, 수입은 3.7% 증가한 5570억달러로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수출을 주도해 온 반도체는 내년에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무인 자동차 등 신시장 성장으로 단일 품목 최초로 1300억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 증가율은 올해 30%대에서 내년엔 5%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수출도 글로벌 시장의 수요 감소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시장 경기 불안으로 올해보다 0.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과잉이 계속되면서 2.2% 감소하고, 무선 통신기기, 가전도 중국과 경쟁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국제무역연구원은 내다봤다.
무역협회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기업과 정부 간 가교 역할에 집중할 방침이다. 신통상로드맵인 ‘통상전략 2020(가칭)’을 수립해 산업과 통상정책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의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연계한 한국 상품전 개최를 확대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내년 4월 문을 여는 스타트업글로벌지원센터를 해외 진출 통합 지원 플랫폼으로 키우고, 4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바우처 프로그램’을 통한 스타트업 특화 패키지도 운영할 예정이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신남방 정책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한편 대기업과 연계해 첨단 신소재 같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