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를 축소,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전면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거래세를 내고, 현재 일부 투자자에게만 양도소득세가 과세되고 있어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점에서다.
문성훈 한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증권거래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증권거래세의 폐지 및 축소를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했다.
문 교수는 "주식투자자들에게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가 이중과세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고, 주식투자로 손실을 봐도 거래세는 내야하기 때문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세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증권거래세를 폐지 및 축소하거나
양도소득세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세는 1963년부터 과세됐다. 1971년 자본시장육성책의 일환으로 폐지됐다가 1979년 자본시장에서 단기적 투기를 막기 위해 다시 도입됐다. 문 교수는 "현재 증권거래세는 당초 제도 도입목적보다는 세수 비중으로 존재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며 "지난해 증권거래세 세수는 4조7000억원이며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할 경우 6조3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2016년 주식양도소득세(예정신고)는 1조9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주식시장의 유동성 약화 등을 감안해 거래세를 인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폈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든다"며 "국내 주식시장 거래량을 보면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 추세이고, 시장에선 오히려 거래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어 투기적 거래수요를 걱정하기 보단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증권거래세는 주식시장에서 글로벌자금 이탈 등 금융시장 경쟁력 약화 우려로 꼽히고 있다. 한국의 증권거래세율은 0.3%(비상장법인 0.5%)로, 주변 국가인 중국 홍콩 태국(0.1%)보다 높다는 점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2000년대 자본이득세를 신설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은 증권거래세가 없고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를 두고 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세 등 이중과세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주식 직접투자에 세금이 없는 반면 펀드 투자에는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도 있어 형평성과 국제 조세 체계와의 정합성을 고려한 조세 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적용으로 개편해야"…기재부, 거래세 축소·폐지에 '난색'
양도소득세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도소득세가 적용되는 대주주 범위는 2020년 4월 주식 보유액 기준으로 '시가총액 5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며, 2021년 4월에는 '3억원 이상'으로 더 하향조정 될 예정이다. 송상우 법무법인 율촌 회계사는 "종목별로 3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세금을 내는 반면 2억원씩 투자하는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게 되고,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비과세 돼 있다"며 "누구나 세금을 내는 것이 시장 왜곡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설계를 장기투자 유인과 모험자본 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양도소득세는 모험자본 축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이를 제대로 설계하면 벤처기업 성장을 돕기 위한 모험자본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며 "해외에선 장기투자수익에 대해 우대 세율을 적용해 장기투자를 우대하는 유인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도소득세가 이득 기준으로 변경되면 증권거래세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 회계사는 "소득세 체계도 돈을 벌었으면 세금을 내도록 바꿔야 한다"며 "양도차익 체계를 바꾸게 되면 그 상태에서도 증권거래세를 그대로 가져가는 게 맞는 지 의문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 중이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정무위원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정훈 자본시장국장은 "증권거래세 폐지는 자본시장 혁신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기재부 세제실과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 축소 및 폐지에 난색을 표했다. 이상율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 정책관은 "1990년대 이후 증권거래세를 3차례 인하하고 2차례 올렸는데 인하한 뒤 6개월 뒤 주가지수는 더 떨어졌고, 거래량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며 "상식적으로 증권거래세를 내린다고 주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과세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관은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자는 1만명, 주식투자자는 500만명으로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를 둘 다 내는 비율이 0.2%에 불과하다"며 "2021년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자가 확대되도 8만~10만명 정도로 500만명 중 극소수이고, 양도소득세를 내면 거래세를 필요경비로 빼도록 해서 신고하면 20% 공제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거래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나라도 영국, 프랑스, 호주, 벨기에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가 과중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