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운전면허, 정비기사 없었지만 현대차 정비인턴 당당히 합격

입력 2018-12-05 17:49
수정 2018-12-05 17:50


(공태윤 산업부 기자) 김동화씨(30)는 초등학교 시절엔 조립마니아였다. 과학상자를 만들고 라디오를 조립하고 미니카를 만들어 대회에 참가했다. 고교땐 자동차 경주 애니메이션 ‘분노의 질주’를 본 뒤로 자동차에 푹 빠졌다. 대학은 당연히 자동차학과로 진학했다. 대학시절 자작자동차대회(전기차·포뮬러부문)에 참가했다. 김 씨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고칠땐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현대자동차 정비인턴 1기로 입사해 ‘현대차 맨’이 됐다.

김 씨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김영례씨(24). 그녀는 지금 현대차 여성 정비기사다. 전자전기컴퓨터공학도인 그의 학점은 3.17점(4.5점 만점). 게다가 자동차운전면허증 하나 없었지만 현대차 정비인턴에 합격했다. 지난 23일 광주에서 열린 ‘현대차 정비인턴 잡페어’에 선배자격으로 참여한 김 씨는 “운전면허증·자격증도 없었지만 당당히 합격했다고 하니 많은 구직자들이 ‘그럼 나도 되겠네요’라며 힘을 얻고 돌아갔다”며 “여성이라고, 자격증이 없다고 미리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의 서비스사업부에서 ‘정비인턴 2기’를 모집한다. 지난 2015년 11월 1기 공채 이후 3년만이다. 지원서는 현대차 채용홈페이지를 통해 다음달 10일까지 받는다. 현대차는 정비인턴 지원자들의 궁금증을 해소 시켜주기 위해 대학교 캠퍼스리크루팅과 잡페어를 동시에 진행중이다. 지난주 광주,부산 잡페어에 이어 다음달 1일에는 서울 현대차동부서비스센터에서도 잡페어를 개최한다. 서울 잡페어를 앞두고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 서비스센터에서 근무중인 ‘현대차 정비인턴 1기’ 네 명을 만났다. 현대차 고양서비스센터는 서울의 서부·원효로 서비스 센터가 통합해 2017년 1월 고양 현대모터 스튜디오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규모의 자동차 서비스센터다. 서비스 정비기사만 100여명에 이른다.

◆‘하이테크 기술자’ 정비인턴들

26일 오전 현대차 고양서비스센터에서 만난 3년차 막내 정비사들의 정비복은 기름때 하나 보이지 않고 깨끗했다. 자동차 정비라면 으레 시커먼 장갑을 끼고, 고장난 부품을 갈아끼우고, 나사를 조이고, 기름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자동차 정비의 개념이 달라졌다. 김동화씨는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자동차의 개념이 진화하면서 정비도 하이테크로 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진단장비를 동원해 고장난 부분을 고치고 있지만, 기름때를 묻히며 일하는 작업도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정비인턴 1기 45명은 현재 전국 22개 현대차 직영 서비스센터의 하이테크팀 등으로 배치됐다.

이들은 현대차 직영서비스 센터를 종합병원에 비유했다. 김경섭씨(30)는 “현대차 정비 협력사인 블루핸즈가 개인병원이라면 직영 서비스센터는 종합병원”이라며 “큰 질병이 생기면 큰 병원에 가듯 자동차 중대결함이 생기면 직영서비스 센터를 많이 찾는다”고 소개했다. 안도형씨(28)는 “자동차 수리 신고가 들어오면 차체, 도장, 정비 등 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디가 고장 났는지를 다각도로 살핀다”면서 “이때문에 신기술을 꾸준히 습득하겠다는 자세와 소통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화씨는 “때론 오디오, 엔진, 변속기, 공조시스템 등의 이상유무를 위해 현대차 연구소에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채용때 ‘기술보다 학습의지’중시

올해 현대차 정비인턴 채용과정은 ‘기술력보다 학습의지와 조직 융화력’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15년 채용보다 지원전공과 입사절차를 완화했다. 지원자격은 초대졸 이상이지만 전공 제한없이 지원 가능하다. 정비인턴 1기때는 ‘전자전기, 기계, 자동차공학’전공자로 지원자격 제한을 뒀다. 김종빈 현대차 서비스기획팀 부장은 “자동차 정비기술은 입사후 교육을 통해 충분히 익힐수 있는 부분”이라며 “자동차에 관심있는 인문계 출신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자격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학과 전공자들은 입사후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 부분에서 비전공자보다 더 빠르게 습득할수 있어 우대를 줄 방침이다. 서류전형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지원동기다. 김 부장은 “남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이야기로 지원동기를 밝히면 좋다”며 “점점 첨단화되는 자동차 정비기술을 즐기면서 열심히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밝혔다.

필기시험 과목도 축소했다. 1기때는 인성검사와 자동차구조학을 평가했지만 이번 채용에선 인성검사만 실시한다. 김 부장은 “채용 단계에서 자동차 비전공자들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미래 가능성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1차 실무면접은 강화한다. 5~6명이 한조가 된 집단토론을 통해 지원자의 소통역량을 평가한다. 김 부장은 “실무면접 뿐아니라 토론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은 묻지 않을 것”이라며 “면접을 위해 자동차구조 등 별도의 정비공부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발된 인턴들은 2019년 1월 4주동안 △기본 소양교육(1주) △기술교육(2주) △서비스센터 실습(1주) 인턴십을 거친후 최종면접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현대차 정비인턴 2기 채용>
-원서접수 : 11월28~12월10일(45명)
-지원자격 : 전문학사 이상 기졸업자(졸업예정자)
-우대자격 : 전공분야 국가기술자격증 보유자,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채용절차 : 서류접수, 인성검사·면접, 인턴십(4주), 최종면접
-채용특징 : 전공제한 없이 지원 가능, 필기(자동차구조공학)시험 폐지

<현대차 정비인턴 1기 4인의 프로필>

▶김동화(30) :서울과학기술대 자동차공학과/ 자작자동차대회 참가 (전기차 및 포물라)/정비기사 취득/제네시스쿠페로 레이싱 대회 참가
▶안도형 (28) :건국대 전자공학/자율주행자동차경진대회 참가/입사 당시 특별한 자격증 없음/입사 후 정비기사 취득
▶김경섭 (30) : 전북대 기계설계공학/중장비 정비 교육 이수
▶김영례 (28) :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입사 당시 운전면허증도 없음/적극성과 긍정성이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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