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김포 등 '여의도 116배 면적' 군사시설 보호구역 풀린다

입력 2018-12-05 17:38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당정, 24년 만에 최대 규모 해제
남북화해무드로 선제적 대응

"대부분 임야…그린벨트 등 묶여
주변 땅값 자극하진 않을 듯"


[ 서기열/선한결 기자 ]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6배에 이르는 땅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풀린다. 24년 만의 최대 규모다.

건축물 증·개축 가능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 심의위원회’를 열어 3억3699만㎡ 규모의 땅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고 5일 발표했다. 이는 1994년 17억1800만㎡를 해제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번 해제지역의 63%는 강원도, 33%는 경기도에 자리잡고 있다. 주로 군사시설이 밀집한 접경지역이다. 가장 많은 지역이 해제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강원 화천으로 사내면 광덕리, 상서면 다목리 등 군부대 인접 지역 총 1억9698만㎡가 풀렸다. 그 결과 화천 전체 면적 대비 보호구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64%로 낮아졌다. 경기 김포에선 통진읍 가현리 등 2436만㎡가 해제돼 보호구역 비율이 80%에서 71%로 떨어졌다.

국방부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와 별도로 1317만㎡의 통제보호구역도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통제보호구역 제한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 등으로 나뉜다. 통제보호구역에선 건축물 신축 등을 사실상 금지한다. 제한보호구역에선 군의 허가를 얻어야 건축물 신축이 가능하다. 작년 말 기준 통제보호구역(1695㎢), 제한보호구역(3902㎢), 비행안전구역(2881㎢) 등 보호구역은 8813㎢로 전 국토의 8.8%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지역에선 군 협의 없이 건축 또는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2470만㎡에서의 개발 협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김대훈 김포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자기가 사는 집도 제대로 증축하거나 수리하지 못했다”며 “국방부의 전향적 조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대규모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단행한 것은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에 접어든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은 지자체나 국토교통부 등이 해제를 요청하면 국방부가 이를 검토하고 해제를 결정하는 수동적인 방식이었다. 이번엔 이례적으로 국방부가 지역주민들과 상생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해제를 추진했다.

“땅값에 미치는 영향 작을 것”

개발 관련 규제가 풀리는 일은 통상 부동산시장에서 대형 호재로 통하지만,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의 영향은 그동안 크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대부분 접경지역이나 군부대 주변 임야인 데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산지관리법 등으로도 규제를 받고 있어 당장은 개발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땅을 개발하기 위해선 다른 행위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진입도로 등 다른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며 “이번에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대부분 부대 훈련장 인근 등으로 단기간 내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토지는 매물 특성이 천차만별이고 환금성도 떨어져 호재에 대한 반응이 주택시장처럼 빠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역 경제 여건도 변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규제 해제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해당 지역 일대 인구가 증가하고 기업이 진입하는 등 부지 활용 수요가 높아야 한다”며 “경기 고양 등 서울과 가까운 지역이 아닌 경우엔 개발 동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도심과 가까운 일부 지역은 지자체 등이 개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경기 남양주·구리 등의 개발 전례를 볼 때 서울 서초구 등에선 해제구역의 그린벨트를 일부 풀어 공공주택 등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선한결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