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委 위원장 "최저임금 인상 때 中企·소상공인 지급 여건 고려했어야"

입력 2018-12-05 17:34
"탄력근로제 전면 확대 아니라도 조선·IT 등 업종별 예외 적용 논의
입법 될 때까지 계도기간 연장도

최저임금 인상 방향 맞지만 속도·절차 등 '정책 엇박자' 아쉬워
대기업 노조가 투쟁할 시기 지나…비정규직 처우개선이 우선"


[ 백승현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2일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했다. 5일 만난 문성현 위원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출범과 동시에 경사노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 노사 간, 노정 간, 여야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게다가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던 ‘광주형 일자리’가 갑자기 삐걱대면서 인터뷰 내내 문 위원장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문 위원장은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산업현장 요구에 동의한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주 52시간도 짧지 않은 근로시간이라 앞으로는 더 줄여야 한다”면서도 “어느 나라든 근로시간 단축은 탄력근로제 확대와 맞물려 추진해왔으며 줄어든 근로시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분야에는 예외를 두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탄력근로제 확대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취지를 지키는 선에서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며 “탄력근로제 전면 확대가 아니더라도 계절에 따라 주문량이 몰리는 업종 또는 조선·정보기술(IT)업종 등에 예외를 두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 시한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 위원장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협의해야겠지만 다음주에는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가동될 것”이라며 “첫 번째 의제는 당연히 탄력근로제며,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 한다”고 말했다.

논의 속도가 더뎌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끝나는 연말을 넘기면 계도기간 연장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합의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노동계 요구인 임금 보전, 건강권 확보 방안과 함께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사노위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불참 속에 출범한 것을 두고는 불편한 속내를 보였다. 문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즉 협상은 주고받는 것으로, 상대의 절실함도 받을 각오로 임해야지 내 얘기만 하겠다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며 “내부 시스템이 어떻든 간에 조직의 장이 용기와 책임을 갖고 대화에 임하고 결과에도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을 겨냥한 쓴소리로 들렸다.

민주노총의 1월 복귀 전망에 대해서는 “자동차, 조선 등 한국 주력 제조업 현장 상당수가 민주노총 사업장인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노동정책과 관련해선 “방향은 맞다”면서도 속도와 절차에선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일단 올려놓고 나서 뒤늦게 산입범위를 조정한다거나 임대차보호법, 카드 수수료 정책 등을 펴다 보니 혼란이 생긴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 여건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추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7년 경제지표가 좋았고 세수까지 괜찮았기 때문에 정부가 상황을 낙관해 최저임금만 앞서간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노동계 현안 중 하나인 유성기업 폭력사태와 관련해서는 30년 노동현장 전문가로서 다른 관점의 평가를 내놨다. 문 위원장은 “폭행은 어떤 경우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이 사건에서 폭행은 어쩌면 부차적인 부분”이라며 “대기업에 납품해야 하는 협력사들의 잘못된 노사관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는 “유성기업은 한때 전국 최고 수준의 단체협약을 할 정도로 노조 투쟁으로 유명한 사업장이었다”며 “하지만 그 결과 이제는 노조가 옳으냐, 회사가 옳으냐는 단계를 지나 회사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노사 대표를 만나 중재하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있었던 민주노총 총파업의 적절성 여부를 묻는 말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파업을 벌이는 것은 정당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안정적인 대기업 노조가 투쟁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잘라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