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美 경기 좋다" 외쳐도…월가엔 짙어지는 'R의 공포'

입력 2018-12-05 17:29
커들로 "적어도 2년은 호황"
뉴욕연방銀 총재 "경기 확장"
다이먼 "소비자 자신감 최고"

뉴욕 금융시장은 '살얼음'
10년물 채권금리 2년물에 근접
5년물 금리는 2년물보다 높아


[ 김현석 기자 ]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잇따라 “미 경제를 낙관하며 침체 신호는 없다”고 말했다. 장기 채권 금리가 급락하며 뉴욕 금융시장이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휩싸이자 미 경기 흐름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빅샷’들의 낙관론에도 미 금융시장에서 비관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 국채 3년물 수익률(금리)이 5년물 위로 상승한 데 이어 명백한 침체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 역전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 금리는 불확실성 때문에 만기가 길어질수록 높아진다.


백악관은 美 경기 좋다지만…

다이먼 CEO는 4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가 연 콘퍼런스에서 “최근 성장 둔화 우려에도 금융회사와 가계가 좋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소비자들의 자신감은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도 이날 “미 경제가 매우 좋은 상황”이라며 “경기 확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 경제가 올해 약 3% 성장하고 내년에도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또 “고용시장이 호조를 이어가 실업률이 3.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적어도 향후 2년간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아시아와 유럽 경제는 둔화할 확률이 높다”면서도 “미국의 침체 위험은 현재로선 아주 낮다”고 강조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CNBC에 출연해 “미 경제는 정말로 강하다”며 “실업률과 실업보험청구자 수, 산업생산, 기업신뢰지수, 소비자신뢰지수가 모두 매우 높다”고 말했다.

거꾸로 가는 뉴욕 금융시장

미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들의 낙관론과 대조적으로 뉴욕 시장에선 공포심이 확산하고 있다.

채권 시장에선 금리가 이틀째 급락했다. 장기 금리를 대표하는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6.9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921%로 마감됐다. 한때 연 2.85%까지 추락했다가 소폭 반등했다. 단기 금리의 기준인 2년물 국채 수익률은 2.2bp 내린 연 2.811%로 마감됐다.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격차는 전날 15.7bp에서 11.0bp로 축소됐다. 장중 한때 10bp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전날 5년물 금리가 3년물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은 2년물과도 역전됐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에 따르면 1955년 이후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이 뒤집힌 10번의 사례 중 9번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1966년에만 예외적으로 침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침체 우려가 커지자 뉴욕증시에선 이날 투매까지 발생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CEO는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은 경제가 곧 약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세는 내년 7월까지 이어지면 기존 최장 기록(113개월)을 갈아치운다. 하지만 오랜 호황으로 임금이 꿈틀대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은 2015년 말부터 금리를 올려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 및 가계에 부담을 준다. 지난 10월 신규 주택 판매는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전달 대비 8.9% 감소했다. 자동차가 안 팔리자 GM은 지난주 북미 5개 공장 폐쇄와 1만4000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무역전쟁 역시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