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의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연루된 것이 확실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빈 살만 왕세자가 배후라는 미 중앙정보국(CIA) 조사 결과에 신뢰를 보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일(현지시간)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이 카슈끄지 사건 조사 결과를 상원에 보고했고, 의원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연루된 증거가 ‘넘쳐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빈 살만 왕세자가 살해를 지시·감독했다는 점에 전혀 의문이 없다”며 “만약 그가 배심원단 앞에 선다면 30분 안에 유죄 평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직접 증거가 없다”며 사우디를 두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은 “스모킹 건은 없을지 모르지만 스모킹 톱(saw)은 있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살해에 톱이 이용됐다는 언론 보도를 상기시키면서 그간 “빈 살만 왕세자가 연관됐다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없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행정부를 비꼰 것이다. 그는 “사우디와 관계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은 맞지만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미국이 더 이상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