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즉석죽은 어떻게 탄생했나

입력 2018-12-04 16:39
수정 2018-12-04 16:45
동원F&B, 1992년 참치와 죽 합쳐 '참치죽' 출시
HMR시장 커지며 연간 4000만 개씩 판매 불티
고급쌀 '신동진쌀'에 전복 2배 늘린 '양반죽 전복죽' 인기



전자레인지에 15초면 완성되는 대표 간편식 ‘즉석죽’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참치로 유명한 동원F&B다.

동원F&B는 1992년 참치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던 중 참치와 쌀을 조합해 ‘참치죽’을 내놨다.

당시는 가정간편식(HMR)이 대중화되지 않았고, 죽은 전통식품이나 ‘아플 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매출은 연 20억원에 머물렀다. 동원F&B는 2001년 죽이 웰빙 식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판단, ‘아침먹기 캠페인’을 벌이며 즉석죽 시장을 키웠다. ‘양반죽’ 브랜드로 전복죽을 개발해 인기 상품으로 만들었고, 한국인에게 익숙한 해물죽 밤단팥죽 등을 내놓았다. 이후 18년째 양반죽은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즉석죽 시장도 최근 3~4년새 연평균 20%대 성장하며 지난해 700억원대가 됐다. 동원F&B와 오뚜기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CJ제일제당이 즉석죽을 출시하면서 내년 이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프리미엄 경쟁…전복 2배에 고급쌀

원조 즉석죽을 만든 동원F&B는 ‘바로 먹어도 맛있는 죽’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복죽을 비롯해 야채죽 등 19종이 나와있다. 올해는 전남 광주공장에 양반죽 생산라인을 새로 준공했다. 연간 5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새로운 기술과 설비도 도입했다. 원재료인 쌀을 일반미에서 고급 쌀인 ‘신동진쌀’로 바꿨다. 기존 쌀 대비 쌀알이 커 식감이 좋고 당도가 높다.

싸래기기쌀이 죽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별설비와 투입설비도 개선했다. 1차로 싸래기쌀을 걸러낸 뒤 2차로는 쌀이 깨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설비를 갖췄다. 육수 역시 참치의 진액을 활용해 풍미를 살렸다. 동원F&B관계자는 “전복, 야채 등 주요 원료를 식감 좋은 형태로 만든 뒤 오랜 시간 저으며 끓이는 전통방식은 유지했다”며 “품질의 일관성을 위해 설비를 대폭 개선했고, 해외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시장 두드리는 양반죽

동원F&B는 시니어를 위한 죽을 출시할 예정이다. 고령 사회에서 섭취와 소화가 쉬운 대표 식품은 죽. 동원F&B는 즉석죽에 영양과 기능성을 더 강화한 시니어죽과 스프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모든 원료를 함께 넣고 오래 끓이는 전통적인 죽 조리법은 ‘죽 용기’가 차별화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타사 죽은 이미 끓인 흰죽을 담아 밀봉하고 다시 한번 열에 살균하는 과정을 거친다. 두 번씩 열을 가하기 때문에 죽에 있는 쌀 모양이 깨지거나 부서져 맛과 식감이 떨어졌다. 동원F&B는 죽 전용 용기와 살균기를 도입해 모든 재료를 한번에 넣고 한번만 끓여낸다.

회사 관계자는 “죽 전용 용기는 한번에 끓여도 재료가 용기 단면에 눌러붙지 않도록 만들어졌다”며 “흔들어주는 살균기를 도입해 죽을 끓이며 국자로 죽을 저어주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 죽 시장은 717억원 규모로 연평균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 9월까지 매출은 61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8% 늘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