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SNS’ 오명 쓴 텀블러, 이제서야 ‘음란물 퇴출작전’

입력 2018-12-04 16:03


(임현우 IT과학부 기자) 불법 음란물 유통의 온상으로 비판받아 온 미국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가 뒤늦게 대대적인 음란물 단속에 나섰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 등에 따르면 텀블러는 이달 17일부터 음란물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한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텀블러가 금지 대상으로 지목한 콘텐츠는 사람의 성기, 여성의 노출된 가슴, 성행위 장면 등이 들어간 사진, 삽화, 영상, 움직이는 GIF 파일 등이다. 다만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 나체 조각상이나 정치적 항의 메시지를 담은 나체 시위 등의 장면은 예외로 인정해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

제프 도노포리오 텀블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정책은 텀블러가 더 안전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라며 “성인물이 없을 때 사람들이 더 풍부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규정은 기존에 등록된 콘텐츠에도 모두 소급적용되며, 인공지능(AI)과 직원들의 수작업을 통해 걸러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텀블러는 그동안 ‘세계 최대 포르노 SNS’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음란 콘텐츠 단속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4년부터 올 7월까지 국내외 인터넷 포털·SNS의 유해정보를 분석한 결과 성매매·음란 관련 정보의 67%, 총 11만 건 이상이 텀블러로 유통됐다.

미국에 있는 텀블러 본사는 몰래카메라나 리벤지(복수) 포르노 등의 사건과 관련한 한국 수사당국의 협조 요청에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방심위의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 요청도 매번 거절했다.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텀블러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애플 앱 장터(앱스토어)에서 퇴출된 사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IT매체들은 분석했다. 애플은 음란물 유통을 문제삼아 지난달 19일 앱 장터에서 텀블러를 삭제한 이후 복구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의 눈물에도 아랑곳않던 텀블러는 결국 ‘돈’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끝)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