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유로화, 달러 패권에 도전장

입력 2018-12-04 15:43
수정 2019-03-04 00:01
트럼프의 美 우선주의 맞서
에너지·항공기·금융거래 확대
"달러 누를 기축통화 키울 것"


[ 김형규 기자 ]
유럽연합(EU)이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유로화 사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기축통화 달러의 힘을 바탕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맞서 EU 위상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유로화는 내년 1월1일 탄생 20주년을 맞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EU 집행위원회가 에너지, 원자재, 항공기 제조 등 전략 부문에서 유로화 결제를 늘리기 위한 청사진을 5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EU의 목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로화를 달러보다 우위에 서게 하는 것이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유로를 기축통화로 만들어 미국 금융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말한 바 있다.

EU는 우선 에너지 수출입 거래 시 유로화를 사용할 것을 회원국에 요구할 방침이다. 현재 EU는 에너지 수입의 80% 이상을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EU는 또 금융 거래 시 유로화 결제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유로화로 표시된 증권 거래와 대외 차관을 늘리고 EU 차원의 결제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유로화로 국제 거래를 하고자 하는 아프리카 국가에 기술 지원도 한다는 방침이다. 유로화로 청산 결제를 해야 하는 파생상품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EU는 이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세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FT는 “EU의 움직임은 달러를 무기로 한 미국 압박에서 벗어나 통화 주권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보호무역 강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정책이 유로화 사용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재개하며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EU는 유럽 기업과 이란 기업 간 수출입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특수목적법인(SPV) 설립을 지난달 검토했으나 미국 견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