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 분쟁이 글로벌 경제에 적잖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중간 마찰로 방긋 웃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일본의 항공사들입니다. 미국의 견제를 피해 중국에서 일본을 경유해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이 늘면서 일본발 미국·유럽행 항공화물 운임이 적잖게 올랐다는 소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항공화물의 수시계약 운임이 최근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과거 대량으로 물건을 운송하는 장기계약의 경우, 항공운송 요금이 도쿄~미국 서해안의 경우 ㎏당 530~650엔 가량했지만 최근에는 ㎏당 750~900엔으로 뛰었습니다. 유럽으로 보내는 화물 운송요금도 평소 대비 30~40%높아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운임이 오른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의 수출 증가입니다. 항공화물운송협회에 따르면 올 10월에 일본의 항공화물수출은 11만7728t(혼재화물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증가했습니다. 월 기준으로는 리먼 쇼크 이전인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올 9월 태풍 피해로 간사이공항이 폐쇄되면서 밀린 수출이 한꺼번에 몰린 영향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동차용 전자부품과 건설기계용 부품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항공 수출 수송량은 2016년 여름 이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도 일본에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중국에서 일본을 경유해 미국으로 운반하는 화물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기계 부품 및 첨단 기술 관련 제품 수출이 갑자기 지장을 받으면서 일본을 경유하는 물량이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주요 항공사들은 미국 시카고와 유럽행 전세기를 늘리고 있고, 할증요금을 내지 않는 물건은 받지 않는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항공운임의 갑작스런 인상으로 일본 제조업체들의 고민은 커졌다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수출 비용이 늘면서 부담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전 세계가 긴밀하게 얽힌 세계화 시대에 하나의 정책의 미치는 파급효과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 널리 미치는 모습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