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불법 무차입 공매도 조속히 적발시스템 도입과 제도개선 나서라."
"지난 5년간 국내 공매도 주식거래 전수조사하고 (불법이면) 엄중 처벌해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공매도 규제' 관련 요청이 2700여건이나 올라와 있다. 공매도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부쩍 커지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당국은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개인 투자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공매도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방침이다.
◆ 공매도 왜 '공공의 적' 됐나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대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공매도 비율이 높아지면 오르던 주식은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꺾인다. 반면 약세장에선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런 이유에서 공매도가 '주가 급락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혔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최근 40거래일간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은 BGF리테일 삼성카드 LG생활건강 두산중공업 등이다. 이 기간 이 종목들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가장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은 두산중공업으로 18.18% 빠졌다.
공매도 시점과 공매도용 주식을 빌리는 비용 등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정확한 투자 수익률을 알긴 어렵지만, 이 기간 공매도 세력들은 주가 하락폭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개인들로부터 "개미들이 잃은 돈으로 공매도를 하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만 수익을 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에 따르면 공매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기관, 외국인뿐만 아니라 개인도 공매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도가 아닌 현실에서는 어렵다. 공매도를 하려면 반드시 주식을 빌린 후에 팔아야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개인이 주식을 빌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공매도를 하는 기관·외국인과 비교하면 정보력 차이도 크다. 이에 개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지난 3일 기준 1.23%에 불과하다. 외국인은 63.80%, 기관은 34.94% 비중을 각각 차지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 당국, 공매도 폐지보단 문턱 낮추기 추진
금융당국은 규제보다는 요건 완화로 공매도 불신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인 공매도를 개인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꿔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데 주목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제도가 개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는 부분은 없는 지 다시 점검하겠다"고 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내년 초엔 공매도 추가 개선책 마련에 나선다. 새로 마련될 개선안에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 확대를 위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공매도를 보다 촘촘하게 걸러내는 방안도 모색한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에 대해 75억원대 과태료를 부과하는 중징계를 내린 것처럼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게 된다. 최 위원장은 "현행 과태료 외에 앞으로 형사처벌, 과징금 부과까지 가능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