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100조 시대]'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는 개미투자자들

입력 2018-12-04 08:51


지난 10월 국내 주식시장의 급락과 외국인 투자자의 불법 행위로 공매도 제도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코스피지수는 전달 대비 13.37%, 코스닥지수는 21.11% 급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는 2009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13조3051억원에 달했다. 전월보다 59.33% 급증한 수치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로 주가 하락이 가속화돼, 피해 규모가 커졌다며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지난 5월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내 지난달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외국인이 국내법상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까지 하고 있다는 소식에 공매도 제도의 신뢰성에 금이 간 상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실제 주가 하락시 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한 종목을 1만원에 공매도하고, 9000원에 사서 갚으면 거래세 등을 제외하고 1000원의 이익이 생긴다. 주가 하락의 경우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에서 주식을 먼저 빌리고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는 합법이지만, 먼저 매도하고 이후 주식을 차입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공매도가 늘어나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많은 연구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매도는 주가가 과열된 경우 이를 진정시키고 합리적인 가격을 만드는 기능이 있다. 국내 증시처럼 수년간 지수가 일정 범위에서만 움직이는 박스권 장세에서는 자금흐름(유동성)을 개선시킨다.

실제로 국내 증시가 2011년부터 박스권에 들어간 이후 공매도 거래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공매도의 순기능에도 개인 투자자가 소외돼 있는 현재의 시장에서는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에서 거래량을 기준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8%와 21.6%를 기록했다. 개인은 0.4%에 그쳤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도 외국인은 72.6%, 기관은 26.3%를 차지했지만 개인은 1.2%였다.

개인도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 증권사가 보유 및 허용한 종목으로 대상이 제한된다. 또 기관 대비 낮은 신용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게 부담해야 하는 담보 및 이자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공매도제도 폐지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매도의 긍정적인 기능이 있는 만큼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이 빌릴 수 있는 주식을 확대해서 개인 투자자들도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금융기관과 개인 사이의 주식차입을 중개하는 기관들을 만든 이후 개인의 공매도 비중이 전체 거래량의 8~9%까지 높아졌다"며 "이들 중개기관이 개인에게도 대주 거래를 원활하게 만들어 공매도가 투자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