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빛을 향해 몸 기울이고, 심장이 뛰는 인간 다뤘죠"

입력 2018-12-03 18:21
단편소설집 3권 재출간한 한강 씨


[ 은정진 기자 ] “이번에 소설집을 다시 읽으니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찾아와 ‘너는 예전에 이런 소설을 썼어. 너는 소설 쓰는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소설가 한강(48·사진)이 3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최근 소설집 전권(총 3권·문학과지성사)을 재출간한 소감을 전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크게 주목받은 한 작가는 1993년 9월 등단 이후 2012년 5월까지 21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는 “시간을 두고 고민하면서 큰 틀은 건드리지 않고 꼭 고쳐야 할 세부적인 표현이나 장면들만 조심스럽게 손보거나 배열을 바꿨다”며 “바꾼 배열과 리듬이 오히려 더 좋았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줄곧 삶의 근원에 자리한 고독과 아픔을 단단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소설에 담아냈다. 장편소설에서는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끈질기게 들여다보기 위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4년여까지 붙들기도 했다. 이번 소설집 전권은 어둠 속을 힘겹게 더듬으며 살아온 그의 개인적 기록이기도 하다.

첫 번째 소설집 《여수의 사랑》은 그가 삶의 원형이라고 느끼는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반추하며 겪은 내적 투쟁을 담았다. 두 번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는 20대 중후반의 한강이 달팽이처럼 무척 애쓰며 앞으로 기어나가고 있던 모습을 그렸다. 그는 “삶이 저를 흔들고 또 베며 지나가거나 지금 지나가고 있는 그 자리에서 느낀 감각과 감정을 쓴 것”이라며 “하지만 소설 속 세계는 경험담이 아니라 모두 허구”라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소설 속 실감나는 묘사 때문에 종종 “문체가 어둡고 무겁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내 소설은 외려 빛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다”며 “언제나 체온을 가진 인간, 심장이 뛰는 인간에 대해 써왔다”고 말했다. 세 권 가운데 《노랑무늬영원》은 그가 가장 깊은 애정을 가진 단편집이다. 다른 소설들과 달리 위로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다. 한 작가는 “소설집 첫 장에 실린 《밝아지기 전에》 다음으로 《회복하는 인간》을 넣으며 그 연결점으로 ‘생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며 “어떤 의도는 없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의 소설이 모두 회복을 향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과 《작별》에 이어 올겨울 세 번째 연작 단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글은 쓰는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며 “나 역시 그 힘에 기대 살아왔지만 최근 연작을 준비하면서는 소설과 불화하는 시간이 길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처음엔 ‘눈’ 3부작의 주제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든 생각을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 있다”며 “책이 완성돼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설집 재출간을 기념해 한 작가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동 해방촌에 있는 고요서사를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동양서림·위트앤시니컬(4일), 밤의서점(11일), 아침달 북스토어(18일) 등 동네서점에서 독자들과 함께 하는 낭독회를 연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