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車산업, 고비용·저효율 늪에서 '허우적'

입력 2018-12-03 17:38
생산·내수·수출'동반 후진'한 자동차

완성차 업체 판매 부진에
영업이익 급감 '실적 쇼크'

부품·타이어社로 위기 전이
車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감


[ 박종관 기자 ]
한국 자동차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생산부터 내수, 수출까지 전반적인 부진에 빠졌다. 판매 부진은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완성차 업체가 부진하자 부품사와 타이어 업체들도 덩달아 위기에 처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산·내수·수출 모두 뒷걸음질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10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28만1151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 줄었다. 2011년 466만 대였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올해 400만 대를 밑돌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금융위기 직후(2008~2009년)를 빼고 한 번도 400만 대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생산뿐만 아니라 내수 판매와 수출 물량도 모두 뒷걸음질 쳤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127만2551대로,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수출량은 198만9096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감소했다. 347억달러(약 38조9000억원)에 달했던 수출액도 332억달러(약 37조2000억원)로 줄어들었다.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철수설에 시달렸던 한국GM의 올 1~10월 내수 판매량은 11만17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3% 줄었다. 르노삼성은 같은 기간 전년 동기에 비해 13.5% 감소한 8만2282대를 팔았다. 수출량도 14만225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뀌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가격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게 한국 자동차산업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해결하지 못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 영업이익 4분의 1토막

판매 감소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분기(7~9월)에 매출 24조4337억원, 영업이익 2889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0%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2%로 3.8%포인트 떨어졌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01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뒤 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다.

기아자동차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기아차는 지난 3분기 매출 14조743억원, 영업이익 1173억원의 실적을 냈다. 4270억원의 적자를 봤던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흑자로 돌아선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오히려 0.2% 감소했고 영업이익(1173억원)도 최근 3개월간 증권회사들이 내놓은 실적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3271억원의 3분의 1에 그쳤다. 작년 3분기 적자를 봤던 ‘기저효과’ 때문에 나아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쌍용차의 3분기 실적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쌍용차는 지난 3분기 매출 9015억원, 영업손실 22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적자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174억원)보다 커졌다.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올해도 1조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