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90일 휴전'
코스피, 무역戰 이후 14% 하락
연내 2150~2200 반등 가능성
낙폭 컸던 IT·기계 등 수혜 예상
"대외변수 많아 불확실성 여전"
[ 임근호 기자 ]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가장 큰 고비라던 지난 1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무역분쟁 ‘조건부 휴전’이라는 나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완전한 갈등 해소는 아니지만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가 글로벌 증시를 밀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에선 앞으로 90일간의 실무 협의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전면전 확대 한 달을 앞두고 멈춰서자 증권가에선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국이 추가 관세를 유예하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내년 1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세계 증시에 부담을 줬을 텐데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이후 14%가량 하락했다. 2400선에서 현재 2096.86으로 내려왔다. 지난해부터 대(對)중국 압박을 높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6월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승인하면서 무역분쟁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설마 하던 시장은 미국이 규모를 키우며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때마다 주저앉았다.
이번에 ‘휴전 합의’를 하면서 당분간 안도 랠리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이달 코스피지수가 2150~2200선까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가 완화되고, 미·중 무역분쟁도 휴전 국면에 들어가면서 내년 1분기까지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분쟁 완화 국면에서는 정보기술(IT) 하드웨어와 기계, 철강, 화학, 화장품 등의 반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분쟁 우려에 낙폭이 컸던 업종들이다.
시장에 큰 호재이기는 하지만 강한 반등을 예상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석 달 안에 무역 갈등이 봉합되기 쉽지 않고 증시에 부정적인 다른 이슈도 많기 때문이다. 이달에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안 의회 표결, 이탈리아 예산안 처리,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가능성,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기업의 실적 둔화세가 멈추는 것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