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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름' 법안 네이밍
"다른 당서 처리해주기 쉽지 않아"
[ 박종필/김우섭 기자 ] “법안 네이밍(naming)이 ‘박용진 3법’인데 야당이 순순히 받아줄까요. 저 같으면 법안명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법안(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교착 상태를 보이자 예상했다는 듯 이같이 말했다. 국민적 공감을 얻은 것과 별개로 법안명에 드러난 ‘민주당의 정책’이라는 프레임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얘기였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이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지만 ‘박용진 3법’이라고 합의문에 명시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자유한국당의 한 교육위 의원은 “법안 발의자의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고, 평생 따라다니는 자랑스러운 이력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다른 당 입장에선 통과시켜주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와 관련해 자체 입장을 담은 개정안을 내놨다.
반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스물한 살의 젊은이 윤창호 씨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윤창호법’은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다.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한 데다 특정 의원의 ‘공(供)’을 가져가는 ‘네이밍’이 아니어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민의 아픔을 담은 이름의 법안은 여야 모두 반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창호법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정인의 이름으로 법안명을 만들 경우 법안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정식 이름을 갖고 있는 ‘김영란법’이 대표적이다.
법안 네이밍에 따라 ‘명분(법안명)’과 ‘실리(정책 효과)’를 나눠갖는 경우도 발생한다. 민주당이 집권 후 내놓은 규제완화 법안(일명 규제 샌드박스법)은 일부가 ‘규제 지역특구법’으로 변경됐다. 한국당이 내놓은 ‘규제 프리존(지역특구)법’과 함께 심사하는 과정에서 법안명을 바꿔 정책 입안의 공을 야당에 넘겨줬다는 분석이다.
박종필/김우섭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