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5G 시대'의 출퇴근 풍경

입력 2018-11-30 18:21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월요일 아침 6시10분. 인공지능(AI) 알람이 예정보다 20분 먼저 울린다. 안개 때문에 주요 도로가 막히는 현상을 감지하고 시간을 자동으로 조정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차를 호출하자 자율주행차가 찾아와 문을 연다. 이어 AI비서가 자율주행 모드를 가동하면서 투명 스크린으로 날씨와 뉴스를 보여준다.’

공상과학영화 같지만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곧 현실화될 풍경이다. 5G는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라는 3대 특성으로 산업 전반을 바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다. 정보 처리 속도가 기존의 4G(LTE)보다 20배나 빠르고, 연결할 수 있는 기기들은 10배 이상 늘어난다. 데이터 지연시간은 0.01초(10ms)에서 0.001초(1ms)로 줄어든다.

그만큼 교통사고 위험도 적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위험을 감지하면 최소 3㎝ 거리에서 멈출 수 있다. 4G 환경에서 1m 이상 걸리는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차량에 부착된 센서는 다른 자동차와 도로 신호 체계, 보행자 움직임을 자동으로 파악한다.

이 덕분에 사용자는 차 안에서 회의 자료를 준비하거나 영화·TV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하면 동영상을 먼 곳의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유튜브 등 모바일 방송의 화면 끊김 현상도 없어진다.

회사에서도 ‘5G 스마트 공장’을 실감하게 된다. 예를 들어 눈으로 해 오던 제품 품질 검사는 ‘5G-AI 머신 비전’이라는 첨단 시스템이 대신한다. 생산라인의 제품을 촬영한 초고화질 사진이 5G 모바일 라우터로 전송되면 고성능 AI가 실시간으로 판독해 결함 여부를 확인한다.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는 연내 미국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 현대자동차는 서울~평창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을 획기적으로 줄인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운전자 개입 없이 AI가 모든 상황을 제어하는 ‘레벨 5’ 완전자율주행 택시와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한국이 오늘 0시 세계 최초로 5G 주파수를 송출하면서 이동통신 시대의 새 역사를 썼다. 이로써 얻는 ‘ICT 강국’의 이미지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큰 가치를 지닌다. 5G의 ‘정보 대동맥’에 AI의 ‘디지털 두뇌’가 더해지면 이보다 더한 신기술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