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UAE원전 논란
'脫원전 영향' 질책에 산업부 "계약 수주에 최선 다할 것"
野 "바라카 원전 핵심 운영권 수주 낙관 못해" 집중 공세
한전 "UAE-佛 계약은 기술자문"…세부내용 파악 못해
[ 조재길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이 2009년 186억달러짜리 설계·시공 계약을 따냈으나 정작 원전의 핵심 운영권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설계수명이 60년인 원전 특성상 설계·시공보다 운영 및 유지관리에 따른 수익이 훨씬 크다. ‘독점 운영권에는 이상 없다’던 정부도 뒤늦게 UAE 현지에 나가 원전 운영과 관련한 계약 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UAE 원전 운영권 논란은 국회로까지 번졌다.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는 30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공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UAE 원전 운영권과 관련해 집중 질의를 벌였다.
野 “UAE 핵심 운영계약 낙관 어렵다”
에너지특위에선 최근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간 UAE 원전의 장기서비스계약(LTSA) 등을 놓고 질문이 이어졌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탈원전 로드맵을 만든 지 1년 만에 프랑스 원전업체가 UAE 원전 계약을 따냈다”며 정부와 한전이 정확한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물었다.
김동섭 한국전력 사업총괄부사장은 “EDF는 원전의 안전과 방사능 방호, 연료주기 관리, 환경 모니터링 등에 대해 연구와 현장 지원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EDF 계약액을 1000만달러 정도로 추정하지만, 금액은 미확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와(Nawah)의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것으로 기술자문 형태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사장의 발언을 두고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UAE 원전 공동 운영사인 한전도 ‘나와-EDF’ 간 계약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나와는 2016년 UAE 원자력공사(ENEC)와 한전이 82 대 18의 비율로 합작 설립한 회사다.
UAE 측이 원전 준공 후 핵심 운영권인 장기정비계약(LTMA)을 국제 경쟁입찰로 바꾼 배경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당연히 수의계약 형태로 한수원이 원전 장기정비계약을 따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경쟁입찰로 바뀌었고 입찰 조건도 유리하지 않아 낙관하기 어렵다”며 “나와 측의 미국인 (마크 레드만) 사장이 우리 원전부품 생태계 유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데 탈원전의 영향 아니냐”고 따졌다. 김형섭 한수원 부사장은 “LTMA가 경쟁입찰로 바뀐 건 맞다”고 시인했다. 성 장관도 “2017년 경쟁입찰이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바라카 원전 노형을 운영하고 있고 데이터 등 많은 장점을 보유한 만큼 계약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코 원전 수출’도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체코를 방문했을 때 ‘원전 세일즈’를 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야당은 집중 공세에 나섰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작년 탈원전을 선언할 때 원전이 안전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지만 이번에 체코에선 40년간 한 건의 사고도 없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했다”며 “확인해보니 산업 관련 대통령 연설문에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아니라 사회수석실 에너지녹색비서관이 관여하고 있더라”고 했다.
박맹우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을 ‘비참한 코미디언’이라고 비유했다. 국내에서 탈원전을 외치지만 해외에선 원전의 우수성을 홍보한다는 뜻에서다. 그는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후 원전산업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며 “운이 좋아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더라도 이게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내년 신고리 5·6호기의 부품 납품이 끝나면 원전 협력사들이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생태계가 다 파괴되고 나면 나중에 원전을 지속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전 한수원 등 우량 공기업이 탈원전 여파로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며 “원전의 세계적 경쟁력을 줄곧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들으면 무척 가슴 아파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적극 방어에 나섰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너지 전환 정책은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기 때문에 추진했던 것”이라며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도 “원자력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정책이 에너지 전환”이라며 “이 정책에 대해선 2020년 4월 총선 때 국민 심판을 받으면 될 일”이라고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