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참 '한국 기업환경 세미나'
공정위 조사 정당한 절차 따라야
외국인 세제혜택 폐지 '불만'
[ 박상익 기자 ]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유럽 등 5개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대표가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에 “규제환경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관행과 외국인 세제 혜택 폐지에 대해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이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2018 암참 한국 기업환경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김 암참 회장, 션 블레이클리 주한 영국상의 대표,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의 사무총장, 데이비드피에르 잘리콩 한불상의 회장, 바바라 졸만 한독상의 사무총장, 외국인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주한 외국상의 대표들이 공식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공동성명 형식으로 한국 정부에 공개적으로 규제 관련 요구사항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규제 환경의 투명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규제 환경은 예측할 수 있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규칙과 규제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게 집행되도록 한국의 정부 기관들 간 개선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외국상의 대표들은 특히 “공정위는 정보 및 데이터 입수를 위한 조사 수행 시 정당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공정위가 기존에 수립한 절차 규정을 위배하며 획득한 증거는 조사 중 활용될 수 없다는 규정을 검찰과 유사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임의 조사 방식으로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제출받은 뒤 이를 근거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의 불만이 크다”며 “자율적으로 정보를 제출하지 않으면 현장 조사 등 불이익을 당할까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세제 혜택 폐지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들은 “최근 5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외국인 개인에 대한 단일 소득세율 혜택을 잠정 폐지한다는 발표는 외국 기업에 경제적 불이익을 야기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비용이 적게 드는 지역으로 이주하는 결과를 초래해 한국의 일자리와 소득,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해외 금융자산의 신고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것과 미신고 및 신고 누락에 대해 처벌하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세미나에선 기업인들의 규제 관련 애로사항도 공유됐다. 인적자원(HR) 기업 켈리서비스코리아의 전유미 대표는 “한국의 노동 관련 규제가 심해 이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도 한국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본사에 가서 한국에 투자하라고 권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디렉셔널의 정지원 대표는 “핀테크 기업은 스피드가 생명인데 모호한 규제로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업무 속도가 계속 느려진다”고 지적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