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뚜렷해진 경기 하강 '신호'
통계청, 10월 산업활동 동향
동행지수 0.2P 내려 98.4…선행지수도 5개월째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생산·소비·투자 모두 늘었지만 추석 기저효과로 '반짝 증가'
"정부, 규제개혁에 더 나서야"
[ 성수영 기자 ]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경기 하강 국면이 본격화됐다는 신호가 뚜렷이 감지된다. 경기 하강 국면 진입 여부를 판단할 때 핵심 지표로 활용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장기간 하락하고 있다. 두 수치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생산·소비·투자가 소폭 개선됐지만 경기 하강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표 개선이 경기 흐름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닌 데다 11월에도 좋은 흐름이 유지됐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동반 하락은 경기가 악화될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소비·투자 ‘반짝 증가’ 했지만…
10월 생산·투자·소비는 지난 1월 이후 9개월 만에 모두 증가했다. 전(全)산업생산 지수는 107.0으로 전월보다 0.4% 상승했다. 추석 연휴가 있었던 전달에 비해 조업일수가 늘어난 덕에 기저효과가 나타났다. 최근 선박 수주량이 늘어난 것도 증가세에 기여했다. 관련 부품 수요가 늘면서 기타운송장비 생산(8.0%)과 금속가공 생산(6.4%)이 함께 늘었다.
소매판매도 영업일수 증가 덕에 0.2% 늘었다. 승용차 등 내구재는 전달 디젤 차량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판매량이 급감한 영향까지 겹치면서 1.7% 증가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는 0.4% 늘었다. 예년보다 추워진 날씨 때문으로 통계청은 해석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21.6%)가 대폭 늘면서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1.9%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 추세가 11월에도 이어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소비가 늘어난 것은 자동차 할인행사 등 일시적인 요인이 컸다. 투자의 질도 좋지 않다. 어운선 과장은 “설비투자가 늘긴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좋지 않다”며 “기계류 투자가 아니라 자동차와 수입자동차 부문이 투자 증가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이 수입차를 사면 소비 지표에 포함되지만 기업과 정부가 구매하면 투자로 본다.
완연한 경기 하강 국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8.4를 기록하면서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동행종합지수 구성 지표 중 광공업생산지수(-0.2%), 건설기성액(-2.2%), 소매판매액지수(-0.65%)가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이 지수가 하락으로 전환한 뒤 6개월 이상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통계청은 경기 전환을 공식 선언할지 여부를 검토한다. 7개월 연속 하락은 2004년 4~10월 이후 처음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재고순환지표(1.0%)를 제외한 7개 지표가 모두 악화되면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 기대지수(-1.1%), 기계류 내수출하 지수(-1.4%), 건설수주액(-11.8%), 수출입물가 비율(-0.7%), 구인구직 비율(-1.0%), 코스피지수(-1.9%), 장단기 금리차(-0.07%)가 모두 하락했다.
어 과장은 “내년 3월께 지표 확정치가 나오면 빠르게 경기전환점 설정 관련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개혁 총력 기울여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갈수록 악화되는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 개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소비·투자 증가는 사실상 의미 없는 수준에 불과하고, 경기 하강 징후가 뚜렷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상해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등 기업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거의 ‘올스톱’ 상태인 규제 혁파에 박차를 가해 다른 쪽에서 기업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