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남북평화협력 시대 관문' 경기 김포시
15년 만에 인구 4배 늘어
현재 9개인 일반산업단지, 2021년까지 20개로 늘릴 예정
産團 집적도 수도권서 최고
남북, 한강하구 공동수로 조사…내년 4월 민간선박 통행 추진
한강하구에 역사·문화 숨쉬는 '평화생태관광벨트' 조성 계획
[ 강준완 기자 ]
경기 김포(金浦)시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한강 하류 끝 한강하구(조강·祖江)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할아비강으로 불리는 조강수역은 남북한으로 나뉘기 전까지 한반도의 중심인 내륙으로 들어가는 물류의 출발지였다. 조강수역은 해양을 따라 충청, 전라, 경상에서 올라온 물건들이 반드시 거치는 곳이었기 때문에 해강안(海江岸)을 따라 물류와 화폐 교류로 번성한 10여 곳의 포구가 있었다. 퇴적층으로 이뤄진 통진읍 일대의 김포평야에서 생산되는 쌀은 밥맛이 좋아 통진미(通津米)라고 불렸으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진상미(進上米)였다.
조강수역에 있던 포구와 마을들은 6·25전쟁 이후 접경지역으로 변하면서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쇠락하던 이곳은 기회를 잉태하고 있었다는 듯 올해부터 남북평화협력시대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한강하구 일대를 경제특구·관광벨트로 조성해 김포의 100년 먹거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도시 된 후 인구 4배 증가
김포는 1895년 김포군, 1998년 김포시로 승격하고 2003년 2기 신도시로 선정되면서 인구가 급증했다. 2002년에 10만 명이었던 인구는 신도시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3년에 30만 명으로 늘었다. 불과 5년 만인 지난 10월에는 10만 명이 더 늘어 41만 명을 넘겼다. 지금도 인구유입이 활발한 도시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14번째로 인구가 많다. 행정구역은 3읍(통진·고촌·양촌), 3면(월곶·하성·대곶), 7동(김포본·장기본·사우·풍무·장기·구래·운양)으로 구성됐다. 남북 접경도시, 산업도시, 신도시, 농촌 등 다양한 정체성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
신도시 조성은 김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김포한강신도시(2기 신도시)는 11㎢ 부지에 조성돼 경기 평촌(5.1㎢)이나 산본(4.2㎢)에 비해 두 배 이상 크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새롭게 형성되고, 한강하구와 너른 들판은 생태·환경 자산으로 재인식되면서 도시의 경쟁력이 됐다.
인구 증가에 따라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시스템과 도로망 개선이 이뤄졌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늘면서 직행버스 노선이 신설됐고, 5호선 김포공항역까지 달리는 김포도시철도가 내년 7월 정식 개통된다. 2015년 전국 최초로 2층버스를 도입해 총 46대가 김포~서울을 운행 중이다. 2층버스는 수송 인원이 일반 버스보다 많은 장점이 있는 데다 2층 좌석에서 한강하구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어 관광버스 역할도 겸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전기저상버스를 운행한 곳도 김포시다.
올림픽대로와 직결되는 김포 한강로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인천 접근성이 좋아졌다. 김포~파주고속도로가 내년 2월 착공할 예정이며, 김포~계양고속도로 건설과 서울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도 추진되고 있다. 김종훈 시 공보자문관은 “김포는 서울, 인천, 일산신도시에 30분 이내에 진입하는 교통중심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까지 20개 산업단지 조성
김포시에는 학운, 학운2·3·4, 상마, 율생 등 9개 일반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추가로 11개 산업단지가 2021년까지 준공된다. 수도권에서 산업단지 집적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주방기구, 의료용기, 알루미늄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 기업이 모여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춰 융·복합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 이광희 시 공보담당관은 “1997년 학운산단 입주 초기에는 회사 직원 대부분이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했지만 이후 거주여건이 좋아지면서 김포 시민이 됐다”며 “시민들의 안전과 생활을 위해 일반 지역의 공장 설립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시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보장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공장총량 제한, 악취 저감, 위반 단속 강화와 함께 영세사업장 지원, 생태 숲 조성 등 다양한 친환경 도시 구축 방안이다. 환경 관련 법령을 지키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고, 시민들의 쾌적한 삶을 보장하면서 기업도시와 환경도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 시정 방향이다. 시는 산업단지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도시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면서 매년 2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평화와 생명의 도시
김포시는 지난 9월 ‘남북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한강하구의 공동 이용이 포함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 관계자는 “남북한 한강하구 공동수로 조사를 통해 내년 1월 물길 지도를 공개한 뒤 4월부터 일부 구간에서 남북 민간 선박의 통행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는 산업단지 집적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한강하구 일대의 남북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도시 발전의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강과 서해를 이어주는 경인아라뱃길, 요트·모터보트 정박항인 아라마리나 등을 갖추고 있어 해수관광 지역으로 적합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는 한강하구 일대의 역사, 문화, 생태자산을 연결하는 평화생태관광벨트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땅을 최근접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도 내년 준공된다. 시 관계자는 “한강하구를 평화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관광지역으로 육성해 도시의 품격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포=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