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진 기자의 토요약국
제품 인지도 높아진 결과
'램시마'는 화이자 요청에
'인플렉트라'로 이름 교체
[ 전예진 기자 ]
셀트리온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사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바이오업계가 떠들썩합니다. 트룩시마는 로슈의 맙테라를 복제한 약인데요. 맙테라는 미국에서 리툭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죠. 합성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종종 유럽과 미국에서 다른 이름으로 출시됩니다. 개발사보다 의약품 허가, 마케팅을 담당하는 유통 파트너사의 입김이 크면 제품명이 바뀐다고 합니다. 맙테라는 미국 제넨텍이 개발하던 것을 스위스 로슈가 인수하면서 이름이 두 개가 됐습니다. 두 회사가 서로 자존심을 굽히지 못했던 걸까요. 어쨌거나 제품명이 복잡했던 탓인지 허셉틴, 아바스틴 등 다른 바이오의약품은 단일명으로 출시했습니다.
국가별 문화와 언어를 고려해 일부러 다른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대표적입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는 베네팔리(유럽)와 브렌시스(미국)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온트루잔트(유럽)와 샴페넷(미국),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플릭사비(유럽)와 렌플렉시스(미국)로 출시했습니다.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한 회사다 보니 마음대로 이름을 지을 수 없다는 이유도 있죠. 가뜩이나 제품도 많은데 이름도 제각각이다 보니 회사 측도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셀트리온도 유럽에서 램시마를 한국과 똑같은 이름으로 출시했지만 미국에선 인플렉트라로 바꿨는데요. 램시마의 미국 판매를 맡은 화이자가 제품명 교체에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엔 바이오시밀러가 생소하다 보니 마케팅을 위해선 이름이 중요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 허가를 받은 트룩시마가 ‘본명’으로 미국 허가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셀트리온의 입지가 높아졌다는 뜻이죠. 트룩시마의 인지도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트룩시마는 유럽 출시 1년도 안 돼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설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사인 테바도 제품력을 인정한 셈입니다. 이제는 이름과 상관없이 셀트리온이 개발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신감 덕분인지 셀트리온은 허쥬마도 미국에서 똑같은 이름으로 허가를 신청했는데요. 내년에는 셀트리온의 ‘~마’ 3형제가 모두 미국에 진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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