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가 29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습니다. 30일 오전 장에도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주에 도쿄 증시가 연일 오를 만한 객관적 호재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중에 한 외국계 증권사가 발표한 리포트 하나가 최근의 ‘스몰 상승장’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5거래일(23일은 일본휴일로 증시 휴장)동안 3.51%상승했습니다. 30일에도 오전 장에 0.1~0.3%가량 소폭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간 상승폭이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고, 여전히 10월 연중 고점 대비로는 적잖게 떨어진 상태지만 주목되는 점이 있습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체포 등으로 닛산자동차 등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불안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도 증시 전체로선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증시가 꾸준히 오를 만한 호재가 없는 가운데 증시가 상승하는 것을 설명하는 원인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를 지목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25일 발표한 ‘2019년 일본증시 주가전망’리포트가 최근의 상승장을 유도했다는 설명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이 리포트에서 일본 주식에 대한 입장을 ‘중립(비중유지)’에서 ‘강세(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일본 경제 전체가 생산성이 향상됐고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졌다”며 일본 증시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입니다. 내년에도 일본 기업의 실적개선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토픽스지수 목표수치를 기존보다 11% 높였습니다.
이 리포트는 일본 기업 중 은행, 자원, 생활용품, 부동산 관련 기업의 상승 여지가 높다고 봤습니다. ROE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 일본우정,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의 목표주가를 20~40% 인상해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도쿄 증시에서 리포트가 호평했던 종목들이 전체 상승률을 웃도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22일부터 29일까지 닌텐도가 11%가까이 올랐고, 브리지스톤은 4% 뛰었습니다.
골드만삭스, 미쓰이스미토모자산관리 등 다른 증권 관련사들이 올해보다 소폭 오르는 정도의 내년도 전망을 내놓은 반면 모건스탠리는 좀 더 긍정적으로 일본 증시를 바라본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증시가 유독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불과 두어 달 전의 달콤한 기억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일본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실적 발표가 가까와오던 지난 9월에도 모건스탠리는 일본 증시에 낙관적인 전망을 담은 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리포트 발표 후 일본 증시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10월 초반에는 닛케이225지수가 27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가 활황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 하나에 증시 전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본 언론의 모습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단 한 개의 리포트가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현재의 모습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격화, 엔고 가능성 등 일본 증시 앞에 놓인 불안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외국계 증권사의 희망적인 리포트에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에도 일본 증시 투자자들은 외국계 증권사가 발간한 리포트에 얽힌 ‘좋은 기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난 가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지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