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모집에 7000억원 매수주문
발행금액 3000억원으로 늘릴지 검토
‘경징계’ 오일뱅크 상장 청신호 켜지자
그룹 재무구조 개선 기대에 기관들 매수나서
≪이 기사는 11월29일(17:2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발행하는 회사채에 모집액의 세 배가 넘는 수요가 몰렸다.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큰 문제 없이 끝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가 2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들을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70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800억원을 모집한 2년물에 2500억원, 1200억원어치 발행 예정인 3년물에 4500억원씩 들어왔다. 하나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이 채권 발행주관을 맡았다.
현대오일뱅크가 회계 감리 문제로 상장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해소된 것이 가장 큰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자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다 관계기업으로 변경한 현대오일뱅크에 다섯 단계의 징계 중 가장 낮은 ‘주의’ 조치를 내렸다. 증권 발행에는 지장이 없는 제재 수위가 나온 덕분에 이 회사는 계획대로 올 1분기 내로 증시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는 현대중공업지주를 포함한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도 이번 IPO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현대중공업지주(A-)와 현대건설기계(A-) 현대일렉트릭(A-) 등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위한 핵심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관들은 현대오일뱅크 감리 결과를 현대중공업지주 회사채에 투자할지를 판단하는 핵심 요인으로 여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넉넉한 투자수요가 몰리자 채권 발행금액을 3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발행금리도 당초 계획보다 낮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희망금리 대비 2년물은 0.1%포인트 낮은 연 2.83%, 3년물은 0.3%포인트 낮은 연 3.08% 수준으로 발행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결산(북 클로징)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꽤 많은 투자수요가 모인 셈”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자체에 대한 평판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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