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
압구정로데오길은 1992년 오렌지족과 야타족이 성행하던 원조 패션의 메카였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 부담과 지하철3호선 신사역을 끼고 있는 신흥 상권인 가로수길로 상권이 옮겨가면서 장기간 깊은 불황에 빠졌다. 그러던 압구정로데오길이 최근 몇 년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려주면서 다시 공실이 줄어들고 차츰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압구정로데오길의 빌딩은 6m 도로를 낀 건물을 기준으로 지난 2014년 3.3㎡당 5000만원 전후에 거래가 됐다. 올해는 6m 도로 기준 3.3㎡당 7000만원 전후에 매매가 되고 있다. 지난 5년간 29% 정도 상승했다. 거래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5건, 2015년 3건, 2016년 11건, 2017년 23건 거래됐다. 올해는 대출규제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12건 정도가 매매됐다.
압구정로데오길의 상징인 메인길은 지난 2009년 3.3㎡당 1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그 이후 3.3㎡당 1억원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3.3㎡당 1억1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조금씩 예전의 최고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로데오길의 지가 상승은 강남의 다른 지역이 상승하면서 풍선효과를 얻은 것이다. 예를 들면 가로수길의 6m 도로 꼬마 빌딩을 매입하려면 3.3㎡당 7000만원이 필요한데 로데오길은 3.3㎡당 5000만원 ~ 6000만원 정도면 매입이 가능했다.
최근 이곳의 오래된 다세대주택을 매입해서 신축 후 재매각한 사례가 있다. 다세대주택은 철거 후 신축해야하는 부담감과 매도인이 여러 명이라 협상의 난이도 높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래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15년 A 회사는 압구정로데오에 있는 오래된 다세대주택을 싸게 매입할 기회가 생겨서 3.3㎡당 4700만원에 매입했다. 주변 지가에 비해 약 20%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2015년 12월 계약하고 2016년 4월에 잔금을 치루고 2016년 7월에 착공했다. 계약 후 인허가 절차 및 임차인 명도를 진행했다. 건물사용승인일자는 2018년 4월로 건축기간은 약 19개월 정도로 공사기간이 매우 길다. 이 건물의 지하는 2개층을 파고 기계식 주차시설을 설치해 지하2층은 전부 주차장으로 활용했다. 건물 전층의 층고를 높여 건물이 실제로는 더 커보이게 했다.
이 건물은 2018년 4월 사용승인 후 5개월 만인 2018년 9월에 건물을 직접 사용하려는 법인에게 165억7000만원에 매각됐다. 자본수익은 3년간 약 38억원 정도다. 하지만 투입된 자본과 시간에 비해 높은 자본 수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12월 매입 후 2018년 9월에 매각을 하면서 총 투자기간은 33개월이 소요됐다. 매입 당시 대출을 이용하지 않고 토지매매대금부터 신축비용까지 약 130억에 가까운 금액을 모두 자기자본으로 투자했다. 2018년 9월 165억7000만원에 매각하면서 자본수익은 약 38억 정도로 다른 기회비용에 비해 높지 않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대출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5년은 저금리의 정점이었고 대출규제도 없었다. 이런 투자는 자본수익을 얻기는 했지만 시대를 역행한 잘못된 투자로 보여진다.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만약 실투자 금액 중 50%만 대출을 활용했다면 수익은 2배인 76억원이 되고 저금리로 인해 금융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약 70억원 정도의 자본수익을 얻을 수 있다.
꼬마빌딩 투자는 금융을 잘 활용해야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위의 투자방식은 리스크가 높지 않지만 투자수익은 연평균 10%이며, 대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신축을 하면서 이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반대로 매각까지 임대수익도 전혀 없었기에 자본수익이 투자수익의 전부이다.
압구정로데오길 자체도 상권이 쇠퇴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가가 멈춰 있다가 강남의 다른 지역이 지가 상승하면서 풍선효과를 얻어 지가가 상승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지가 상승이 높지 않았다. 그리고 한번 공실이 생기면 공실기간이 장기화 되고 이런 공실이 늘어나면서 상권과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압구정로데오길을 거닐다 보면 비어있는 곳이 종종 있다.
글=김주환 원빌딩 전무
정리=집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