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꺼진' 한국GM…사상 첫 연 10만 대 문턱 못 넘는다

입력 2018-11-29 08:55
수정 2018-11-29 11:06
한국GM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
연 9만 대로 주저앉을 수도
한국 철수·구조조정설에 ‘흔들’
연구개발 법인 분리 급제동
경영 정상화 계획 틀어져



철수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한국GM이 내수 ‘판매 절벽’에 부닥쳤다. 한국GM으로 새출발한 지 16년 만에 연 10만 대를 밑도는 최악의 판매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무너진 소비자 신뢰와 과격한 노동조합, 구조조정 가능성에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 1~10월 7만459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만176대)과 비교하면 32.3% 줄었다. 올초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철수설에 시달려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특히 올 한 해 판매량은 10만 대를 넘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GM 판매량이 연간 10만 대 아래로 떨어진 건 2002년 10월 법인을 세운 뒤 처음이다. 앞서 실적이 가장 안 좋았던 때는 10만4457대를 판 2004년이다.

이 회사의 월평균 판매대수가 7450대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연 9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문턱까지 내몰리면서 영업·판매망이 붕괴됐다”며 “소비자 및 시장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선보인 중형 세단 더 뉴 말리부 등의 ‘신차 효과’도 불투명하다. 말리부는 지난해 팔린 차량(13만2377대)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1%(3만3325대)에 달해 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회사 측도 3년 만에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된 말리부에 ‘다운사이징’ 기술을 접목한 1.3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는 등 출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아직 뜨뜻미지근하다. 서울 강남구 대리점을 찾은 한 소비자는 “말리부 구매 상담을 받았다“며 “상품성은 좋지만 한국을 떠날 경우 애프터서비스(AS) 걱정에 선뜻 사기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을 둘러싼 위기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먼저 미국발(發)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공장 7곳을 폐쇄하거나 축소하고 1만4700여 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 발표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GM이 파산 위기에 몰렸던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문을 닫는 북미 이외 지역 공장 중에선 어느 곳을 폐쇄할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는 한국, 브라질, 멕시코 중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경남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차 스파크와 다마스, 라보 등은 수익성이 높지 않다.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를 두고 한국GM과 산업은행, 노조 간 갈등도 계속 되고 있다. 법원은 전날 산은이 낸 한국GM 법인 분할계획서 승인 건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R&D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 경영 정상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당초 계획은 틀어지게 됐다. 회사 측은 “동의 할 수 없으며 항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분리 법인 설립은 주주 뿐 아니라 협력사,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