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사태, IFRS 원칙중심 재량권 남용 탓…금융당국 지침 필요"

입력 2018-11-28 14:35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국제회계기준(IFRS)이 부여한 재량권을 남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들이 회계처리 과정과 의도를 자발적으로 자세하게 공시하고, 금융당국도 기업들의 IFRS 이슈에 대해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의 모호함과 경영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최대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

증선위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손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현금흐름할인접근법(DCF)과 가치평가 모형을 사용해 공정가치 평가가 타당한 지 의문을 남겼고, 바이오젠이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던 콜옵션을 파생상품 부채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량권을 남용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할인율을 자의적으로 조정하고, 2014년말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사후에 조작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순탁 참여연대 회계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콜옵션 효과를 반영해 50%만 반영하게 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가치 평가액이 하락하게 되자 할인율 조정으로 이를 상쇄했다"며 "국제회계기준은 할인율과 같은 투입변수를 공정하게 측정토록 규정돼 있지 의도한 결과에 맞춰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손 교수는 "기업의 경우 회계처리에 대한 과정과 의도를 주석에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지배주주가 경영자인 경우가 많은 만큼 독립적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며, 규제기관에서도 감리 인력을 충분히 확대하고 당국에 계좌추적권이나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IFRS에 대한 가이던스가 부족한 만큼 금융당국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동현 법무법인 태평양 공인회계사는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대안을 주석으로 공시하는 방안이 있으면 투자자가 좀 더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오 회사의 연구개발비 처리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무형자산화, 당기비용화하는 이슈를 가지고 논란이 많았지만, 금융위는 회계기준 위반으로 처벌하는 대신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제도개선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한 바 있다"고 전했다.

내부감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외부감사를 맡는 회계사들이 회계부정을 사전에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내부감사가 더 철저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계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 책임이 있는 내부 감사는 현재 삼성전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징계하지 않고 있는데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사뿐 아니라 실무자도 징계해야 회계부정을 적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