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이터 통한 부동산 하락 감지 가능해
‘9·13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가는 ‘기간조정’일까 아니면 ‘대세 하락’의 시작일까. 서울 부동산시장이 2014년부터 올해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투자 전략을 짤 때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계속 오를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남들보다 먼저 하락 신호를 캐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zip4’의 김재수 대표(필명 렘군)는 10가지 지표를 잘 파악하면 고점에 상투를 잡거나 제때 처분하지 못해 물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터득한 하락신호 감지법을 집코노미가 정리했다.
◆전세가가 횡보하는 데 매매가만 줄곧 상승하는 경우
부동산시장 상승기엔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른다. 전셋값은 실사용 가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전셋값은 그대로인데 매맷값만 오른다. 공급이 충족됐는데도 불구하고 실수요자 외에 가수요자까지 동참해 매매가격이 적정가격 이상으로 오르는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낙관주의가 팽배한다. 개미투자자들은 집값이 영원히 오를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이때가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다. 이렇듯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움직임만으로도 거품을 확인할 수 있다.
◆주상복합 나홀로아파트 대형평형이 오르는지 보라
대형평형 주상복합 나홀로아파트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가장 늦게 오른다는 점이다. 인기 있는 주택들이 먼저 급등하고 나면 비인기 주택유형도 뒤늦게 ‘키 맞추기’에 나선다. 그럼에도 상승률은 역세권 중소형아파트 등 인기 주택 유형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만약 주변의 대형평형 주상복합 나홀로아파트까지 많이 올랐다면 고점일 확률이 높다.
◆오랜 기간 올랐다면 의심하자
너무 긴 기간 올랐다면 조정이나 쉬어가는 시간이 나타날 소지가 크다. 과거 지방은 2~4년, 수도권은 4~6년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부동산은 달리는 기차와 같다. 한번 오르면 꾸준히 오른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서 단기간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까닭이다. 집을 사기 전 너무 오랫동안 오른 건 아닌지 점검하는 게 좋다. 다만 기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승률이다.
◆4년간 50% 이상 올랐다면 주의해야
부동산은 한없이 상승할 수 없다. 상승하더라도 4년 이내 최저가격 대비 100% 오르면 보합기를 맞이하는 게 보통이다. 상승의 정도는 시점에 따라 다르다. 다만 보수적으로 보는 게 좋다. 상승률이 50%를 넘으면 매수보다는 매도 쪽으로 방향을 잡거나 신규 매수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때에 따라 더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50%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신의 투자실력과 경험 성향에 맞는 기준을 만들고, 상황에 맞게 수정해 나가면 된다.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을 살펴라
PIR(price to income ratio)이란 주택가격이 가구의 연간 소득 대비 몇 배인가를 보여주는 지수다. 연간 소득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모으면 몇 년 후 집을 살 수 있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문제는 PIR가 발표기관마다 들쭉날쭉하단 점이다. 부동산 가격을 평균값으로 잡는지, 중윗값으로 잡는지에 따라 다르다. 연봉도 중윗값이냐 단순 가구소득이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한 기관이 발표하는 PIR을 놓고 과거와 현재의 PIR을 비교하는 게 좋다. 과거 평균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거꾸로 지나치게 낮으면 저평가 상태다.
◆미분양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한동안 공급이 없던 곳에 새 아파트가 분양되면 처음에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가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하면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 한동안 분양권의 온기가 전 지역을 감싸기 시작하면 토지를 매입해둔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을 시작한다. 사야 할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하고 나면 추가 수요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또다시 과잉 공급이 일어나면 미분양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입지가 안 좋은 곳에 발생하는 미분양은 흔한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입지가 좋은 곳임에도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수요 대비 공급이 많고 수요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단순히 고분양가라서 분양이 안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가격이 다시 오르려면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한다.
◆입지가 좋은 곳에도 청약경쟁률이 저조해진다
미분양이 발생하기 전에 청약 경쟁률로 미리 감지해볼 수 있다. 입지가 좋은 곳은 어지간하면 미분양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입지가 좋은 곳의 청약 신청자가 적다면, 입지가 안 좋은 곳은 미분양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입지가 좋은 곳은 미분양 여부만이 아니라 경쟁률이 얼마나 높은가를 꼭 확인하자.
◆성수기임에도 구축 아파트의 거래가 뜸해진다
평소 거래가 꾸준하던 구축 아파트가 성수기(10~2월)임에도 거래가 잘 안 되고 매물이 쌓여간다면 수요가 매우 부족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세대수가 많은 단지는 전세에서 매매로, 20평대에서 30평대로 이사 하는 수요가 늘 있다. 이마저 없다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는 것이다. 오랜 기간 거래가 안 되면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부동산 중개소에 있는 매물들이 언제 나온 것인지, 최근에 가격을 낮췄음에도 안 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자.
◆전세가 남아돈다
기존에 나온 전세물건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전세 매물이 쌓여간다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상황은 주위에 공급이 많지 않은데도 전세 매물이 쌓일 때다. 다만 새 아파트 입주의 영향을 받아 근처 아파트 전셋값만 일시적으로 하락한다면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 생활권역별 전셋값 동향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예정된 공급이 많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분양을 하면 2~3년 뒤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세대수가 확정된다. 예정된 입주 물량이 많으면 집값이 조정을 거칠 확률이 아주 높다.
1차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데 이어 2차적으로 집값도 영향을 받는다. 위에서 언급한 10개 신호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면 부동산시장이 고점 신호 또는 하락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