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UV시장 대응 늦었지만
빠르게 쫓아가고 있는 중
내년 글로벌 판매 올해와 비슷
미래차 투자는 계속 확대
국내 공장 생산성 향상 집중
'쇄신 인사'로 계속 변화 줄 것
[ 박종관 기자 ] “우리(현대자동차그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를 고쳐나가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사진)이 최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미 몇 가지 문제점은 바꿔가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내년 현대·기아차의 경영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차량공유와 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 분야 투자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판매 목표도 올해 수준”
서울 시내 호텔의 한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기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정 수석부회장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마치 답변을 준비한 듯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위기가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에서 여러 내외부적 문제가 있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전면적으로 개편했고 상품도 과감하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변화가 자리를 잡으면 내년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사업을 총괄하던 설영흥 고문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쇄신 인사를 했다. 중국 사업 관련 조직도 크게 바꿨다.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에 대한 대응이 2년 정도 늦었다”며 “빨리 쫓아가고 있으니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내년 글로벌 시장 판매 목표에 대해서는 “올해 목표(755만 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판매량 확대에 매달리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수소전기차가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 수석부회장은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수소차가 지금보다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변수를 계산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 소모량이 늘게 되고, 가뜩이나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가 이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수소차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적 쇄신 의지 강조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공유형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릴 것”이라며 “외부 기업 및 글로벌 대학과의 협업도 더욱 많이 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경쟁사를 앞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비해 외부와의 협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이런 문화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방향으로 기술력을 집중하는 동시에 안전성도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룹의 핵심 과제로는 ‘생산성 향상’과 ‘강도 높은 변화’를 꼽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울산 등 국내 공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활용해 해외 공장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해야 한국에서 더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다”며 “이런 시도가 실패하면 현대·기아차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적 쇄신’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인사를 통해 계속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고강도 쇄신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에는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정태영(현대카드), 김용환(그룹 기획조정), 윤여철(노무·국내생산), 양웅철(연구개발총괄), 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우유철(현대제철) 등 7명의 부회장이 있다. 사장급 임원은 그룹 총괄부문과 계열사 대표 등을 합쳐 20여 명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