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의선, 신차 발표회 대신 LA모터쇼 택했다

입력 2018-11-27 07:00
수정 2018-11-29 15:31
오늘 제네시스 G90 발표회 이원희 사장 주도
정 부회장 미국 LA모터쇼 챙길 듯
현대차 위기 진원지 美시장 회복 시급



"세계 최고급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 나갈 것입니다."

2015년 12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의 첫 번째 모델 EQ900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정 회장은 "EQ900은 세계 시장을 목표로 야심차게 개발한 최첨단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신차 출시를 계기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발표회를 비롯해 2012년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K9, 3년 전 EQ900 발표회 등 자사를 대표하는 신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2011년 그랜저HG,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지난해 코나 발표회 등을 직접 주관하며 애정을 쏟았다. 현대·기아차의 굵직한 신차 발표회는 매번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함께했다.

그런데 27일 현대차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발표하는 제네시스 G90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이원희 사장 참석이 예정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G90은 이원희 사장이 챙길 예정이고 정 부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제네시스 G90은 EQ900 출시 이후 3년 만에 부분변경되는 모델이다. '국산 최고급 세단'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당초 정 부회장이 신차 발표회를 직접 챙길 것이란 업계 예상은 빗나갔다. 이번 주 미국 출장을 잡은 것으로 미뤄보면 현대차가 오는 28일(현지시간) 해외 시장에 처음 공개하는 팰리세이드 발표회를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 신차 행사 대신 미국 LA모터쇼를 택한 것은 현대차가 직면해 있는 위기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안방보다 급한 것은 실적 부진의 진원지가 된 중국·미국 시장이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등 정부의 내수부양책으로 국내 판매는 호조를 보였다. 올해 10월까지 현대차의 국내 판매대수는 작년 동기보다 3.6%(2만여 대), 기아차는 3.5%(1만4700여 대) 각각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성장하고 있다. 10월까지 55만4700여 대를 판매해 1.8%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내년에 북미 지역에서 현대차 판매 확대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올해 현대차는 미 시장 부진 속에서도 SUV 차종이 큰 활약을 보였다. 코나·투싼·싼타페 등 SUV는 작년보다 4만4000대 늘어나 미 판매량의 44%를 차지했다. 팰리세이드가 합류하면 SUV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위험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미 검찰은 현대·기아차의 170만대 리콜 조치 적정성 여부를 조사중이다. 민감한 이슈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내수보단 미국 사업에 더 신경이 쓸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현대차그룹 경영 전반을 지휘하는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12월 정기 임원인사는 물론 내년에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작업 등 그룹 현안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 평가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