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무상교복…지자체 감당 못할 복지정책 쏟아내

입력 2018-11-26 09:02
Cover Story - 지자체도 포퓰리즘 확산


[ 이해성 기자 ]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 무상교복까지 ‘3무 정책’을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확산하고 있다.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에서 생존하기 위해 복지정책을 남발하는 지자체장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선봉장은 전국 최대 자치단체인 서울시와 경기도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일 선보이는 복지정책 이면엔 어떤 게 있을까. 모든 정책은 달콤하든 아니든, 결국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에서 비롯된다.

표 의식한 과다 복지정책 남발

서울시는 내년 25개 모든 자치구 고등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보편적 교육복지를 위해 큰 결심으로 뜻을 모았다”며 “무상급식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시민으로 자라는 밑거름이 되도록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무상 시리즈’는 이것만이 아니다. 내년부턴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 보육료 차액을 전액 지원해 실질적인 무상보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민간어린이집을 이용하는 3~5세 아동(누리과정) 가구는 월 8만9000~10만5000원의 보육료 차액을 내고 있고, 이 중 일부만 보전받는데 이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19~29세 취업준비생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수당’ 지급 대상도 34세로 최근 확대했다. 청년수당은 서울시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남시 과천시 용인시 광명시 고양시 양주시 안성시 오산시 등 경기도 내 대부분 지역에선 ‘무상교복’이 올 들어 급속히 확산했다. 교복 값 30여만원을 무료로 지원하겠다는 데 이를 싫다고 할 학부모는 없다. 문제는 재원이다. 성남시는 올 무상교복 지급에 50억원, 안양시와 고양시는 각각 35억원, 20억원의 예산을 썼다. 한 교육단체 전문가는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무상복지가 늘어나면 결국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할 비용이 분산된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환영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이 같은 선심성 정책이 바로 포퓰리즘이다.

복지는 결국 예산이 문제다

복지에는 결국 예산이 따른다. 지방세수 구조는 자치단체별로 다르다. 서울시와 부산 등 광역시의 경우 지방세수는 시세와 구세로 구분된다. 서울시세는 취득세, 레저세, 담배소비세,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 7개 보통세와 2개 목적세(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로 나뉜다. 간접세인 지방교육세는 교육청으로 할당되고, 지역자원시설세는 소방관련 시설 등에 쓰인다. 주택 등 부동산에서 비롯된 취득세, 기업 경영활동에 기인한 지방소득세는 지자체의 주요 지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자치구에 사업장을 둔 기업들이 돈을 번다고 하면, 그 기업은 ‘법인지방소득세’를 낸다. 단 잘 번다고 그 자치구에 모두 귀속되는 건 아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각자 거둔 지방소득세를 합쳐서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눠준다. 징수교부금, 조정교부금이다. 지난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 법인지방소득세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구(3042억원)다.

재정자립도 높아야 진정한 ‘자치분권’ 가능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역사는 짧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처음 실시된 것은 1995년이다. 이때 대부분 세목을 국세로 지정하는 등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한국형’ 압축발전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6월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뤄졌지만, 이 선거에 대한 우려도 많다. 선출직이면서도 역할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시의원, 구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비서진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자치단체 의원들은 존재의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엔 기초, 광역의원 3600여 명이 있다.

정부는 핵심추진과제로 ‘자치분권’을 설정하고 추진 중이다. 국세인 법인세의 일부인 지방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일부인 지방소비세를 더 거둬 자치단체에 적절히 더 배분하자는 게 골자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방자치와 관련된 모든 법령을 고쳐 ‘주민 위주’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자립이다. 지자체가 정부의 재정에의 의존이 높은 상황에서는 진정한 자치분권이 어렵다.

■NIE 포인트

지자체들이 어떠한 복지정책을 펴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복지정책을 확대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토론해보자. 국세와 지방세의 차이를 알아보자.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 사례도 정리해보자.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