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26) 생산가능곡선과 내생적 성장이론
생산가능곡선엔 '기회비용 체증의 법칙' 작동
‘한강의 기적’은 한국 경제의 성장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해준다. 전쟁이 낳은 극도의 가난을 뚫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오르내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성과는 기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발전은 세계 경제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주제가 됐다. 생산 활동이라고는 기대할 것이 없어 보였던 나라가 어떻게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는지는 중요한 연구 주제다. 애초부터 한국을 대상으로는 절대적인 생산요소의 부족으로 생산가능곡선이 성립하지 않을 것 같았다. 생산가능곡선에 대해 알아보자.
국가의 생산능력을 표현한 것이 바로 ‘생산가능곡선’이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한 나라에 X재, Y재만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생산가능곡선은 경제 내의 모든 생산요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투입했을 때 최대로 생산 가능한 X재와 Y재의 조합을 나타낸 곡선이다. 생산가능곡선 위에 있는 모든 점은 생산요소를 사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 언급하는 일반적인 생산가능곡선을 <그림>을 통해 살펴보자. 생산가능곡선의 A, C점은 생산가능곡선 위에 있기 때문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생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B점은 생산요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즉,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요소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D점은 현재의 생산요소를 활용하더라도 도달할 수 없는 점이다. B점을 A나 C점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요소를 더 투입하거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A나 C점을 D점으로 이동시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생산가능곡선 위에서 X재 생산량을 더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Y재의 생산량을 감소시켜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 변환율’이라고 한다. X재의 생산량을 1단위 증가시키기 위해 감소시켜야 하는 Y재의 수량을 의미한다. 생산가능곡선이 원점에서 오목한 모양을 띠는 것은 X재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Y재의 수량이 점점 증가하는 ‘기회비용 체증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달성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국가 경제를 운영할 때 이런 점을 잘 고려해서 자원 배분을 효율적으로 해야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한국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잘 사용해 경제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할 수 있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그리고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제한된 자원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사용해 해당 산업을 키웠다.
생산요소를 양적으로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이르러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중진국 함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노동, 자본, 토지 등 생산요소의 양적인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극복하는 솔루션이 바로 ‘총요소 생산성’이다. 총요소 생산성이란 지식수준,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 같은 ‘눈에 안 보이는’ 부문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생산해 내는가를 나타내는 생산효율성 지표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 교수가 이론의 토대를 마련한 ‘내생적 성장이론’ 또한 총요소 생산성 향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림>의 생산가능곡선 자체가 우측상향으로 꾸준히 이동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 지식재산권 보호와 같은 내생적 가치를 키워 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